올 들어 두번째 우리은행장 인선작업이 곧 마감된다. 올초 연임된 이광구 행장이 중도 사임하면서다. 후임은 행장대행인 손태승 부행장과 삼표시멘트 대표인 최병길 전 부행장 중 한 사람이다.
우리은행 최고경영자(CEO) 인사는 그야말로 한편의 드라마다. 전신인 한빛은행 초대 은행장부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간 다툼으로 한미은행 출신 김진만 행장이 선임됐다. 우리은행 초대 은행장 역시 외부출신 이덕훈 행장이다. 우리금융 지주로 바뀐 후에는 하나금융 회장을 역임했던 윤병철 회장이 부임한다. 이후 황영기, 박병원, 박해춘 등 외부출신이 잇따라 선장을 맡았다.
첫 내부출신 수뇌부 구성은 2008년부터 3년간 이팔성 회장-이종휘 행장의 한일은행 콤비다. 2011년부터 6년여는 이순우 회장- 이광구 행장의 상업은행 콤비로 이어진다.
인조(仁祖) 이후 반정(反正)이 사라진 조선은 붕당에 두 가지 방식의 인사 접근을 한다. 환국과 탕평이다. 환국(換局)은 상황의 반전, 즉 정권교체다. 조선 숙종(肅宗)은 서인과 남인의 붕당 갈등을 세 차례의 환국으로 왕권을 강화했다.
탕평(蕩平)은 치우침이 없이 공평무사해야 한다는 뜻이다. 숙종 말 정권을 잡은 서인이 다시 노론과 소론으로 갈리자 영조(英祖)와 그 손자인 정조(正祖)가 펼친 정책기조다.
우리은행은 1999년 한빛은행 이래 외부 9년 반, 상업파 6년 반, 한일파 3년이 CEO를 맡았다. 공교롭게도 진보성향의 김대중-노무현 정부 9년 반 동안은 외부인사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반 동안은 내부인사가 등용됐다. 탕평이라면 한일파가 3년 정도 더 할 순서다. 환국을 하자면 외부 차례일 수 있다.
환국과 탕평 가운데 어느 시절에 더 나은 성과를 거뒀는 지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사적인 관계가 아닌 현 상황을 가장 잘 알고, 문제해결에 적합한 적임자를 고르는 게 중요해 보인다. 숙종 때와 영정조 때의 성과를 비교해봄직도 하다.
관포지교(管鮑之交)의 주인공인 관중(管仲)이 죽음에 임박해 후임으로 천거한 이는 ‘절친’ 포숙(鮑叔)이 아니었다. 관중은 환공(桓公)에게 역아(易牙), 수초(竪貂), 개방(開方) 등 최측근 3인방을 중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권력의 측근은 권력에만 충성할 뿐, 백성을 위한 정치를 펼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우리은행도 이젠 더이상 정부가 보이지 않는 힘으로 경영하는 은행이 되어서는 안된다. 진정 주주, 고객, 직원를 위한 경영을 펼칠 적임자가 선임될 때다. ky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