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대형투자은행(IB)의 핵심업무인 발행어음 인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권한이 곧 이권이 될 사안이어서다. 은행권에서는 ‘영역침범’라며 펄쩍 뛰고 있고, 증권업계에서는 ‘특혜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은행권은 발행어음은 은행업무라는 주장이다. 만기가 1년 이내로 짧아 모험자본으로 활용하기보다는 단기대출에 치중할 것이라는 우려도 덧붙인다. 만기가 짧으면 모험자본 활용에 한계가 있을 수는 있다. 증권사들이 안전한 채권투자에는 적극적이었지만 상대적으로 위험투자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IB 발행어음은 종금사 상품과 달리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다. 예금 보다는 투자상품에 가깝다.
증권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에 첫 인가가 나가는 점이 불만이다. 미래에셋, NH투자, KB 등은 이런 저런 사고와 논란, 제재 가능성 때문에 인가가 지연되고 있는데, 유독 한투증권만 심사를 통과해서다.
금융투자업 규정은 최근 5년간 파산절차를 밟은 기업 주요주주가 이에 직간접 관련된 경우 금융투자업인가를 불허하고 있다. 한투증권의 모기업인 한국금융지주는 2015년 100% 자회사던 코너스톤에쿼티파트너스를 파산시켰다. 금융위는 ‘직접적인 책임’이 없었다는 이유로 이 규정을 한투에 적용치 않았다,
경쟁사들은 결국 한투가 시장을 선점하게 됐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발행어음은 기존 증권사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환매조건부채권(RP)이나 주가연계증권(ELS) 보다 훨씬 싼 비용으로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한투가 강력한 원가경쟁력을 바탕으로 시장자금의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일각에서는 “무더기 인가에 따른 논란을 피하는 것일 뿐, 결국 다 해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금융위 민간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지난 10월 1차 권고에서 초대형 IB와 관련해 업권간 형평성 및 건전성 규제‧감독 문제 등을 지적했다. 자칫 초대형IB에 대한 인가가 늦춰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셈이다. 만에 하나 이렇게 되면 한투는 상당기간 선점효과를 독점할 수 있다.
한편 한투 모기업인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해 금융위로부터 카카오뱅크 대주주 인가를 받으면서 은산불리 55년만에 처음으로 동일인의 은행지주 지분 초과보유 ‘특례’를 인정받았다. 그 결과 국내 총수 있는 유일의 은행지주회사가 됐다. 선제적인 권한 확보로 경쟁사에 앞서 수익에 다가갈 기회를 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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