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및 시공능력 대부분 ’박빙‘
GS, 브랜드 우세, 재무구조 열세
현대, 파격이주비는 ’비대칭전력‘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단군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꼽히는 서울 반포주공1 단지 시공사 선정과정에서 이사비 및 이주비 지원 약속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사실 재건축 이사비 및 이주비 지원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닌데, 느닷없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인지 경쟁자간 교전(交戰)의 결과인지는 분명치 않다. 아무튼 ‘공약’과 ‘매표’는 다르다던 정부도 ‘과유불급’의 논리로 이 문제를 들여다 볼 모양이다.
‘돈 싸움’은 안된다지만 사실 세상의 거의 모든 경쟁에 경제적 이익과 관계가 깊다. 거칠게 표현하면 ‘돈 싸움’이 아닌 경쟁도 거의 없다.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 시공계획을 보면 거의 모든 부문에서 현대건설과 GS건설과 우위를 가늠하기 어렵다. 최근 소비자 선호도 조사를 보면 브랜드에서는 오히려 GS가 앞서는 측면도 있다. 이 지역에 공을 들인 기간도 길다. 다만 이사비 및 이주비 지원에서 현대건설이 GS건설 보다 많은 혜택을 제안했다. 정부가 강력한 대출규제를 시행 중인 상황에서 이주자 입장에서는 ‘가뭄의 단비’ 같은 제안이다. 조합원드에게는 멋진 조경을 하고 하늘과 닿은 수영장을 짓는 것보다 오히려 더 중요한 조건일 수도 있다. GS는 같은 혜택을 제안할 수 없었을까?
GS건설은 지난 3년간 플랜트와 전력 등 해외부문 부실을 건축(주택) 부문으로 메워왔다. 그럼에도 실제 회사에 유입되는 돈, 즉 영업현금흐름은 흑자와 적자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다. 올 상반기에도 아파트를 지어 큰 돈을 벌었지만, 해외에서는 부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올 상반기 단기금융부채만 2조6380원으로 전년동기 1조8236억원 보다 8000억원 이상 급증했다. 우발 채무를 빼고도 내년 상반기까지 갚아야 할 기업어음(SP)과 회사채가 1조원이 넘는다. 차환되더라도 금리상승이 유력한 상황에서 이자비용 부담은 늘어날 수 밖에 없다. GS건설의 순자산은 3조3000억원인데, 부채는 10조원이다. 빚이 자기자본의 3배인 셈이다.
돈벌이는 쉽지가 않다. 저유가가 계속되면서 해외건설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특히 8.2 부동산 대책으로 국내 주택건설시장 역시 식어가고 있다. 유일한 현금창출원인 국내 주택건설 부문에 문제가 생기면 회사 전체 재무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GS그룹 총수 일가의 사실상 개인회사인 만큼 유사시 증자 여력도 제한적이다.
GS건설은 KB국민은행으로부터 반포주공1단지 재건축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약속 받았다. 하지만 공사비만 3조원에 육박한다. 3년여의 공사기간 동안 회사 내 다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건설사 구조상 영향을 받지 않기 어렵다.
현대건설은 주택 뿐 아니라 토목과 플랜트 등 전 사업부문에서 골고루 흑자다. 영업현금흐름도 안정적인 플러스다. 자기자본 8조2000억원에 부채는 10조7000억원에 불과하다. 최대주주가 현대차와 기아차여서 유사시 증자여력이 충분하다. 자금력은 현대가 가진 GS에 대한 ‘비대칭 전력’인 셈이다.
경쟁은 다툼이다. 합법의 테두리 내에서 서로가 가진 비대칭 전력이 총동원될 수 밖에 없다. 진흙탕(泥田) 마른땅 가릴 게 아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장점이 확인되고, 단점도 드러나야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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