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경영인시장의 가치 확인
‘고시’이은 새로운 계급사다리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ING생명 주가가 보름만에 다시 최고가를 경신했다. 상장 100여일 만에 정문국 사장은 주식매입선택권(stock option)으로180억원대의 ‘잭팟(jack pot)’을 터뜨릴 수 있게 됐다.
정 사장은 77만9000주의 스톡옵션을 보유 중이다. 행사가격은 2만2439억원으로 8월말 주가 4만3600을 적용하면 차액만 165억원에 달한다. 정 사장은 올 상반기 보수만 8억5400만원을 받았다. 이론적으로는 올 한해 최대 180억원을 벌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스톡옵션은 실제 행사조건이 까다롭고, 경영실적에 따라 부여물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
ING생명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운용하는 라이프투자유한회사가 최대주주다. MBK는 2013년 12월 네덜란드 ING로부터 한국 ING생명 지분 100%를 1조8000억원에 인수했다. MBK는 상장으로 보유지분 40%를 1조1000억원에 팔았고, 그 동안 배당으로만 4500억원을 가져갔다. 투입금액의 86%를 이미 회수한 셈이다. 잔여 ING생명 지분가치는 2조1147억원에 달한다. 1조8000억원을 투자한 자산의 가치가 3조6647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배당이 계속되고 주가가 오르면 MBK의 투자이익은 더 늘어나게 된다. 정 사장은 MBK 인수 이후 회사 실적을 양호하게 관리했고, 성공적인 상장도 이뤄냈다.
국내에서 선진국 대비 활성화되지 않은 시장이 몇 가지 있다. 위험(risk)거래 시장, 자산유동화시장이 대표적이지만 전문경영인 시장도 빼놓을 수 없다. 사모펀드들은 투자한 기업의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최고의 경영자를 필요로 한다. 전문경영인은 높은 성과보상을 받을 수 있다.
‘고시’는 대표적인 계급사다리였다. 로스쿨이 늘면서 법조 사다리는 상당히 치열해졌다. 행정고시도 전관 취업제한으로 사다리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의사 등 일부 전문직도 있지만 대부분이 20대에 진입여부가 결정된다. 평범한 회사원이 계급 사다리를 탈 수 있는 길은 전문경영인 시장이 거의 유일하다.
최고경영자와 팀을 이루는 것도 사다리에 오르는 방법이있다. ING생명에는 앤드류바렛, 황용 등의 임원이 알리안츠생명 근무 경력이 있다. 정 사장과 팀이다. 이들 역시 상당한 스톡옵션을 받았다. 앤드류바렛의 스톡옵션 39만주의 현재 차액만 82억원이 넘는다. ING생명의 임원 스톡옵션 잠재비용은 현재 464억원에 달한다.
중국 문화의 근간이 형성된 때가 춘추전국시대다. 국가간 인수합병이 활발하던 때다. 정치와 군사의 전문가들, 오늘날로 치면 전문경영인들이 ‘부국강병’을 앞세워 각 국의 국가경영에서 능력을 팔던 시대다. ‘전문경영인’이 대한민국의 새로운 계급사다리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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