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사군자 가운데서도 최고로 꼽히는 이가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이다, 그의 식객 가운데서도 으뜸이 풍환(馮驩)이다. 2300년전 그의 교토삼굴(狡兎三窟) 전략은 오늘 날로 치면 위험회피(risk hedge) 전략의 정수다.
금융권 인사에서 정치 바람을 가장 많이 탄 곳이 KB금융이다. 뚜렷한 주인이 없다 보니 사실상 권력기관이 인사권을 행사해왔다. 그 때문인지 퇴임과 선임 과정에서는 온갖 ‘꼴불견’들이 속출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임기만료(11월20일)가 불과 8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B금융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하나금융지주 등 금융그룹의 최고경영자(CEO) 인사가 이어진다. ‘적폐 청산’을 내건 문재인 정부가 금융권 인사에 어떻게 접근할 지가 KB금융에서 확인되는 셈이다.
KB금융은 대한민국의 기업 CEO 인사 역사에 큰 변화를 이끌 준비를 2년 전부터 해왔다. KB금융이 2015년 전 마련한 이른바 ‘후계자 양성 시스템’이다. KB금융은 2015년 이사회 내 위원회로 지배구조위원회를 신설한다. 2015년 상반기에 첫 설치됐고 자회사 보상과 경영진 후계자 양성프로그램 운영 등의 역할을 맡았다. 2016년 들어서는 회장에 대한 경영승계 계획 수립 및 변경, 계열사 대표이사 등에 대한 경영승계 계획 수립 및 변경으로 역할이 압축된다. 5명의 이사가 차기 CEO 및 계열사 CEO 후보를 미리 준비하는 셈이다. 쉽게 말해 ’후계자위원회‘다. 특히 그룹 CEO 후보군은 매 6개월에 한번씩 명단을 재심사하고 있다.
금융그룹 회장 후보는 사외이사가 중심이 된 회장추천위원회에서 뽑고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된다, KB금융 처럼 미리, 상시적으로 후보를 관리한다면 아무리 ‘권력’이라고 하더라도 ‘낙하산’을 시도하기 어렵다.
만 10년째로 접어든 KB금융그룹 역사에서 윤 회장은 가장 많은 업적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은행 부문 강화와 최고 실적, 그리고 일등 금융그룹 탈환 등이 윤 회장 임기 중 이뤄졌다,
하지만 아무리 윤 회장의 업적이 많다 한들, CEO가 권력에 휘둘리는 구조가 그대로라면 절반의 성공에 불과할 수 있다. KB금융의 ‘교토삼굴’ 전략이 권풍(權風)으로부터 금융권의 자율성을 지켜 줄 바람막이가 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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