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는 각국 물가의 핵심
각국 금리정책 물가에 달려
금리수준 자산가격과 직결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crown prince)가 바뀌었다. 살만 빈 압둘아지즈 국왕이 왕위 계승 1순위였던 모함마드 빈 나예프(MbN)를 실각시키고 2순위였던 친아들인 모함마드 빈 살만(MbS)를 끌어올렸다.
오늘날 사우디 왕국을 세운 압둘아지즈 이븐 사우드는 1953년 사망하면서 아들들에게 형제 상속을 유언했다. 이 때문에 지난 65년간 이븐 사우드의 아들들인 ‘○○ 빈 압둘아지즈’ 이름을 쓰는 형제들이 왕국을 통치해왔다.
살만 왕세자가 왕위를 잇게 되면 사우드 가문 첫 3세 국왕이 된다. 실각한 나예프(MbN)도 현 국왕의 조카로 사우드 왕가 3세다. 그럼에도 살만 왕세자의 승계에 의미를 둬야하는 이유가 있다.
우선 1953년 이후 첫 부자상속이란 점 때문이다. 57세인 나예프가 왕위를 계승했다면 3세들에에도 형제상속 원칙이 적용될 수 있었다. 그런데 불과 31세인 살만 왕세자가 사촌 형들을 제치면서 사우디는 부자상속 체계로 바뀔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
두 번째, 살만 왕세자가 강력한 군주가 될 가능성이 높다다. 현 국왕은 83세다. 살만 왕세자는 40년 이상 재위할 가능성이 크다. 그 보다 나이가 많은 사촌 형제들은 왕위에 대한 꿈을 버려야 하는 셈이다.
살만 왕세자는 그 동안 국방장관으로 예맨 공습, 중동 2위 산유국으로 부상한 이란 견제를 통한 수니파 종주국으로의 위상 확대 등을 추구해왔다. 아울러 알 셰이크 가문이 가졌던 석유에 대한 통제권도 회수했다. 종합하면 ‘강력한 사우디 왕국’을 위해 석유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최근 친(親) 이란 정책을 펼친 카타르에 대해 사우디 등이 단교 조치로 초강경 대응을 한 배경에도 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해석이 유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내치 우선이다. 미국의 대(對) 중동 고삐가 느슨해지면, 중동 질서는 각국간 힘의 대결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사우디가 있다.
사우디 왕세자 바뀐 일이 강남 집값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먼듯 하지만 꽤 가깝다.
최근 국제유가는 다시 하락세다. 사우디 주도의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에도 불구하고 약세장(bear market)에 진입했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미국 셰일가스의 생산단가가 낮아진 이유가 가장 크다. 하지만 시아파 국가로 사우디와는 적대적인 이란이 미국 오바마 행정부와 비핵화 협상을 타결시키며 국제원유시장에 복귀한 영향도 적지 않다. 사우디로서는 저유가를 방조하면 미국 셰일가스의 원가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이란이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힘을 키우는 것을 지연시킬 수 있다. 최근의 상황은 사우디와 미국, 중동 국가간 석유갈등을 우려할 정도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의 초저금리 정책을 무력화시킨 게 다름 아닌 유가 하락이다. 물가가 오르지 않으면 초저금리상황을 벗어나기 어렵다. 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이다.
각국 중앙은행이 물가상승율을 기준금리 정책의 중요한 잣대로 삼는 것도 이 때문이다.
OPEC 감산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유가가 일부 회복되면서 미국을 시작으로 기준금리 정상화가 시작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사우디가 저유가를 방조하면서, 즉 추가감산에 소극적이다.
사우디 살만 왕세자가 앞으로 석유정책과 중동정책을 어떻게 추진하느냐에 따라 국제유가의 움직임은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저유가가 지속되면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금리인상을 단행하기 쉽지 않다. 한국의 가계대출 급증과 부동산 등 자산가격 상승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저금리다. 쉽게 말해 사우디의 새 왕세자가 어떤 행보를 취하느냐에 따라 금리가 달라질 수 있고 부동산 가격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사우디 왕세자가 강남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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