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력은 매각, 핵심은 내부재편
한화ㆍ현대차ㆍ삼성 등 고민 깊어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재벌규제’ 강화가 금융권의 인수합병(M&A) 열풍을 불러 올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의 대기업 정책 원칙의 하나인 ‘금산분리’가 강화되면 비금융주력 대기업집단은 금융계열사 지분정리에 나설 수 밖에 없어서다.
최근 SK증권이 지분매각을 검토중이라고 밝힌 것은 그 신호탄이다. SK는 2015년 SK와 SKC&C 합병하면서 올 8월까지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지주사 전환작업이 한창인 현대중공업그룹은 이미 하이투자증권을 시장에 매물로 내놨다. 다만 SK와 현대중공업의 경우 해당 증권사가 규모가 작고 그룹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미미해 매각 자체가 큰 이슈는 아니다.
최근 지주사 전환작업에 돌입한 롯데 역시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 롯데캐피탈 등의 금융계열사 지분정리가 필요할 수 있다. 덩치가 꽤 크지만 그룹 주력이 아니어서 매각할 가능성이 크다. 신동빈 회장이 공들여 인수한 회사들이지만 당장 그룹 지배력 강화에 ‘한푼’이 아쉬운 처지만큼 집착할 상황도 아니다.
신 회장 입장에서는 향후 출범할 지주사와, 호텔롯데 지배력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금융 부분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곳들은 고민이 더 깊다.
대표적인 곳이 한화다. 한화는 한화생명의 비중이 엄청나다. 한화생명 시가총액은 6조원이 넘어 최대주주인 ㈜한화(약 3조6000억원)를 넘어선다. ㈜한화는 보유중인 한화생명 지분가치가 자산의 절반을 넘어가면 강제로 지주사로 전환된다. 이 경우 한화생명 지분을 3년 안에 매각해야 한다.
이미 한화는 주요 금융계열사 지분을 한화생명에 집중시키며 사실상 그룹내 금융지주 체제를 갖추고 있다. 한화가 한화생명 경영권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라면 김승연 회장 등 총수 일가가 매입하는 방법 뿐이다. 김 회장의 세 자녀가 보유한 알짜기업 한화S&C가 자금줄 역할을 할 것이 유력하다. 새 정부에서 더욱 강화될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김 회장 자녀들이 한화S&C 지분을 유동화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 역시 고민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현 정부에서 순환출자 해소는 점차 불가피해지고 있다. 순환출자를 개선하면 지주사 체제가 유력하다. 현대카드와 보험계열사는 정태영 부회장 몫이 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문제는 현대캐피탈이다. 현대・국내 자동차시장을 지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매물로 나온다면 국내 할부금융 업계의 판도를 뒤바꿀 ‘빅딜(Big deal)’이 될 수도 있다.
삼성그룹은 지주사 전환작업이 중단됐지만 여전히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고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과 삼성물산이 금융부문 지주사격인 삼성생명의 1,2대 주주다. 이 회장의 건강과, 차기 대주주가 될 이재용 부회장의 재판이 변수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처리 문제는 고민거리다. 삼성물산이 가진 삼성생명 지분을 이 과정에서 어떻게 활용할 지도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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