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 충당금 환입 특별이익
정부, 수백억 세수 기회 놓쳐
문재인 정부의 경제 슬로건이 ‘소득주도 성장’이다. 소득이 늘면 세수도 늘고, 세수가 늘면 재정으로 경기부양할 여지가 커진다. 특히 세수 확대에는 부자들의 소득이 중요하다. 세율이 높아 세액도 크다. 이들이 돈도 잘 벌고 세금도 잘 내야 나라 경제에 보탬이 된다.
롯데건설과 롯데쇼핑이 최근 공시한 1분기보고서를 보면 올 3월 퇴임한 창업자 신격호 총괄회장에게 지급한 퇴직금 내역이 없다.
롯데건설은 올초 퇴직한 김치현 전 대표에게는 퇴직금 19억1600만원을 지급했다. 월기준급여액(4300만원)에 근무기간과 대표이사 지급율(300%)을 곱한 액수다. 이 방식으로 신 총괄회장 퇴직금을 추정하면 약 5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롯데쇼핑의 1분기 임원보수 지급액은 11억원이다. 역시 신 총괄회장에 대한 퇴직금은 없었다. 롯데쇼핑은 지난 해 고(故) 이인원 부회장에게 60억9800만원의 퇴직금을 지급했다. 역시 기본급에 근속연수, 지급별 지급율(300%)을 곱한 금액이었다. 같은 공식으로 신 총괄회장 퇴직금을 추정하면 20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호텔롯데에서는 해임되면서 퇴직금을 받지 못했지만, 롯데건설에서는 13억6300만원의 퇴직금을 받았다. 신 총괄회장은 등기임원 임기만료에 따른 퇴임으로 퇴직금 받을 자격은 충분해 보인다.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임원퇴직금을 매년 충당금으로 쌓는다.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한다고 당장 큰 부담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쌓아놨던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충당금이 환입되면서 재무건전성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퇴직금 소득세율은 1억5000만원 이상인 경우 38%에 달한다. 법인세율 보다 월등히 높다. 롯데건설과 롯데쇼핑은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특별이익을 얻게 됐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백억원 가까운 세수를 놓치게 됐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해 3월 롯데제과와 호텔롯데 등기임원 임기가 만료됐지만 퇴직금을 받을 수 없었다. 등기임원 임기만료에도 미등기임원으로 사내에 남아서다. 등기임원 임기 만료와 함께 퇴사까지 했다면 양사에서 받을 퇴직금은 각각 125억원, 108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미등기임원으로 신분이 바뀌면서 롯데제과와 호텔롯데가 신 총괄회장에 지급한 보수와 퇴직금 내역은 외부에서 파악할 수 없게 됐다. 비상근인 만큼 보수조차 지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보수까지 없으면 퇴직금도 애매해진다. 퇴직금 산정의 기본이 되는 기본급이 ‘0’이 되는 경우다. 비상근 미등기임원이 ‘예우’일 수 있지만, 급여로만 따지면 신 총괄회장에게 손해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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