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가 뜨겁다. 속을 잘 들여다보면 주력엔진은 IT와 금융주다. 특히 시가총액이 10조원이넘는 은행지주와 은행들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IT 외 제조업들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점에서 ‘공업은 상업만 못하다’는 사마 천(司馬 遷)의 주장이 들어맞는 모습이다.
증시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열기가 이어지는 곳이 부동산 시장이다. 재건축・재개발, 그리고 도시재생이라는 새로운 테마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공교롭게도 증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 시장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다. 흥미롭게도 부동산 시장에서는 사마 천이 언급한 ‘중개인’이 많은 번다.
주식과 부동산 가격의 동반상승으로 자산가들의 재산을 더 불어나게 됐다. 경제를 살리려고 저금리정책을 펼쳤지만, 실물경기 보다 자산시장이 더 민감하게 반응한 모습이다. 여기서 은행의 역할이 컸다. 저금리 효과를 주식과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잇는 가교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저금리는 빚을 내 자산을 매입하려는 수요를 자극한다. 전세 수요 역시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는 대출규제까지 완화해 차입한도를 더 늘려줬다. 은행은 손쉽게 대출을 늘렸고, 과점적 지위를 십분 활용해 예대마진을 확대, 이익을 늘려갔다. 은행 이익이 늘면서 주가가 오르고, 증시 상승에도 기여하게 된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국내 금리도 결국엔 오를 수 밖에 없다. 금리상승기에 예대마진 폭은 더욱 벌어질 게 자명하다. 은행들의 이익은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다. 특히 4차 산업 혁명으로 인건비와 지점비용을 줄이게 되면 수익성은 더 개선될 게 뻔하다. 증시 상승에도 더 기여할 여지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대출총량제이지만, 은행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총량을 규제하면 위험은높고 수익성이 낮은 대출부터 줄이면 된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기업대출을 크게 축소했다. 금리 변동위험도 주택금융공사 등 정부의 정책자금에 떠넘겼다. 새 정부가 규제를 강화되면 저신용자와 서민대출을 줄이고 부자와 중산층을 상대로 한 대출에만 집중하면 된다.
자산을 많이 가지지 못한 서민과 저신용자들은 자산가격의 상승수혜도 누리기 어렵다. 부자들의 자산과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도 낙수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들의 소비는 사치품과 해외 쪽에 쏠릴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시장에서 대기업이 큰 돈을 벌어도 국내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이치다.
여윳돈이 있다면 은행주를 살 만하다. 돈이 더 많다면 서울과 수도권의 알짜 부동산을 사두면 자산가치가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현재의 금융시장 구조가 계속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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