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자금ㆍ발주 쏠림 우려 주가하락
국민공감 없는 부실기업 지원은 ‘무책임’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대우조선 구조조정안에 대한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을 두고 논란이 치열하다. 고용과 중소협력업체 등 국가경제를 감안해 정부와 국책은행이 제시한 채무재조정 안에 국민연금이 찬성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회생 가능성이 불투명한 대우조선을 계속 지원하는 것은 직무유기라는 논리가 맞서고 있다.
국민연금의 고민도 이해는 된다. 보유중인 대우조선 회사채는 3900억원 규모다. 그런데 13일 현재 국민연금은 현대중공업 지분 9.3%와 현대미포조선 지분 12.5%를 보유 중이다. 시가로 각각 1조1662억원, 2050억원 씩 총 1조3712억원이다.
금융위와 산은이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지난 달 24일 이후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주가는 반등세가 꺾였다. 회사 분할로 3월30일 거래가 중단되기 전까지 현대중공업 주가는 7%하락했다. 3월24일부터 4월13일까지 현대미포조선의 주가 낙폭은 8%가 넘는다. 시가총액으로는 1조원 넘은 돈이 증발했고, 국민연금이 보유한 두 회사 주식가치로는 약 1000억원 가량이 사라진 셈이다.
또 3월24~4월13일 기간 삼성중공업 주가는 15% 넘게 급락했다. 시총 기준으로 5000억원 넘는 가치가 사라진 셈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11월16일 기준 삼성중공업 지분 3.28%를 보유 중이라고 신고했다. 5% 미만 지분율이어서 현재까지 계속 보유중인 지는 확인이 어렵다. 만약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 기간 국민연금의 손실감당액은 160억원이 넘을 수 있다.
대우조선을 돕겠다고 나서면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에 더 부담을 주는 구조다.
최근 현대상선이 발주한 10척의 배는 모두 대우조선이 수주했다. 경쟁입찰 결과이니 승복하지 않기 어렵다. 저가 수주로 대우조선에 짐이 되거나, 고가 발주여서 현대상선에 큰 부담이 아니었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현대상선 역시 대우조선과 마찬가지로 산업은행이 최대주주다.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상선 뿐 아니라 정부가 발주하는 방산분야에서도 ‘대우조선 몰아주기’가 나타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소중한 우리기업이고, 역시 업황 부진으로 최근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이들은 회계부정을 저지르지도 않았고, 정부와 국민에 손을 내밀지도 않았다.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이 자칫 이들 두 회사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자율적 구조조정이던 법정관리이던 핵심은 과연 대우조선이 회생할 수 있느냐다. 당장 피해가 크니 일단 지원해놓고 보자는 식의 접근은 너무도 무책임하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대우조선 회생을 자신한다면 객관적인 근거를 충분히 제시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공감을 얻어야 한다. 정책은행 돈도, 국민연금 돈도 모두 국민들로부터 나왔다.
계산법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정부와 국책은행 방안대로 대우조선 지원이 이뤄지면 2015년부터 지원된 자금만 대략 7조원이 넘게 된다. 5000만 국민이 1인당 14만원 씩을 내야 만들 수 있는 액수다.
지난 해 글로벌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국내 조선산업과 관련해 “대우조선의 독자생존이 어렵다”고 밝혔다. 올 들어 삼정회계법인은 “대우조선 청산시 6%인 채권회수율이 채무재조정과 출자전환 후에는 53%로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채무재조정으로 정상화된 2021년 영업이익률로 고작 1.5%를 예상했다. 안타깝게도 두 실사 결과의 상세한 내용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달 초 세계적 귄위의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는 최근 “조선업황이 당초 예상보다 더딜 것으로 보인다”며 선박발주 전망치를 하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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