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외에도 다수의 삼성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지주전환은 지배구조 유지를 위해 수익과 무관하게 들고 있던 주식이 현찰로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다. 오랜 투자 끝에 ‘곗돈’을 타는 셈이다.
지주사가 되려면 상장자회사 지분 2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자회사를 보면 삼성전기와 삼성SDS, 제일기획 등을 제외하면 모두 20% 미만이다. 삼성전자가 호텔신라, 삼성중공업 등의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맞추려면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보유한 주식을 사와야 한다. 돈이 들지만 최근 실적이 좋고, 이미 주주들이 경영효율 강화 차원에서 지주사 전환에 사실상 동의한 상태가 문제될 것은 없다.
삼성SDI와 삼성전기도 비슷한 이유로 수혜다. 지주사의 자회사 간에는 서로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보유중인 삼성엔지니어링이나 에스원 등의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전기 역시 삼성중공업과 지분을 처분할 수 밖에 없다.
삼성화재나 삼성카드, 삼성증권 등은 금융회사라는 점에서도 보유중인 비금융계열사 지분을 팔아야 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체제가 유력한 상황이어서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의 지배를 받지 않지만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삼성SDS,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은 삼성물산과 삼성전자가 공동 대주주인 계열사다. 지주체제가 되면 물산이든 전자 든 한 쪽으로 지분정리가 필요하다. 삼성물산의 최대 과제는 삼성전자 지분율 확대다. 돈 되는 건 다 팔거나 넘겨 삼성전자 지분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는 삼성전자와 기업가치 고리가 튼튼해지는 것은 반길 일이다.
그래도 역시 가장 큰 수혜는 삼성생명이다. 삼성전자가 지주사로 전환되면 보유 지분 일부를 삼성물산이나 이재용 부회장 등 특수관계인에 처분할 가능성이 크다. 금산분리법과 보험업법(계열사 지분 15%이상 보유 금지) 등이 더욱 옥죄어 올 수 있어서다. 국제회계기준 변경으로 자본확충 부담이 큰 삼성생명 주주 입장에서는 현금자산이 늘어나는 효과이니 나쁠 게 없다.
다만 이 같은 변화는 약 2년간의 유예기간을 가질 수 있다. 삼성전자가 지주사 전환으로 ‘자사주의 마법’을 일단 부린 후 뒷정리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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