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문왕 업적의 백미(白眉)가 기원전 316년 파촉(巴蜀) 정벌이다. 오늘날의 쓰촨(四川) 지역으로 오랜 기간 중국의 영향력이 닿지 않던 곳이었다.
소진(蘇秦)의 합종책(合從策)으로 뭉친 조위한제초 5국의 반진(反秦)연합군이 진나라 관문인 함곡관을 위협했던 게 기원전 318년이다. 불과 2년전 싸움을 벌인 적들을 동쪽에 둔채 주력군을 다른 곳에 투입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위험을 감수한 혜문왕의 결단은 엄청난 성과를 가져온다.
파촉은 진나라에 부족했던 곡창지대를 보유한 곳이다. 특히 가장 강력한 경쟁국이던 초(楚)의 배후를 공격할 수 있는 위치다. 파촉정벌 이후 진나라는 초나라에 연전연승한다.
명군(明君) 혼군(昏君) 덕분에 더 빛이 난다. 당시 초나라 회왕(懷王)은 모험보다는 안일함을 택하다 수차례 진나라에 속았다. 그 결과 합종도 깨지고 나라도 급격히 쇠퇴한다. 회왕은 진의 꾐에 빠져 포로신세로 삶을 마감한다. 한을 품고 죽어 시호(諡號)가 ‘품을 회(懷)‘다.
최근 전세계는 투자열풍이다. 투자는 위험감수다. 도날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을 걱정했지만 전세계 증시는 뚜렷한 상승세다. 900억 달러를 굴리는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주식비중을 60%에서 70%로 확대할 방침이다. 미국에선 고위험고수익 채권이 인기고, 유럽중앙은행(ECB)은 회사채에까지 투자하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미국의 유명 자산운용투자회사 포트리스(Fortress)를 33억달러에 인수했다. 손 마사요시 회장은 최근 투자로 부를 이룬 워렌 버핏의 버크셔헤서웨이(Berkshire Hathaway)를 모델로 삼고 있다고 한다. 중국 기업들도 최근 미국과 유럽의 자산운용사 인수에 한창이다. 제조업으로 자본을 축적한 일본과 중국기업들이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글로벌 자산시장에 다리를 놓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을 보면 돈이 돌아가는 곳은 ‘빚 시장’ 뿐이다. 코스피가 1년 7개월여만에 2100선을 넘었지만 세계 주요증시와 비교하면 1년 상승률은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금융의 본질은 운용, 즉 투자다. 그런데 위험감수를 꺼리다 보니 제일 손쉬운 가계대출에만 집중하고 있다. 사상 최대로 치솟은 가계빚은 경제에 부담이다. 금융당국 규제 탓이 크다지만 ‘수영’ 보다 사업면허로 ‘땅 짚고 걸으려는’ 구태에 미련이 많은 모습이다. 과도한 빚을 줄이는 과정(de-leveraging)은 엄청난 고통이다.
사실 인수합병(M&A)나 유가증권이 아니더라도 조금만 눈을 돌리면 돈 벌 곳은 꽤 많다. 자산가격에만 집중된 국내 투자시장에서는 아직 현금흐름(cash flow) 투자저변이 그리 넓지 않다.
리얼캐피탈애널리틱스(RCA) 분석을 보면 지난해 외국인의 국내 상업부동산 거래금액만 120억 달러로 전년대비 15% 늘었다. 거래건수는 140% 늘어,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서울 거래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자산 자체의 가격도 상대적으로 덜 오른데다, 안정성도 꽤 높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사 실비스코리아가 조사한 아시아 주요도시 오피스 수익률은 서울 5%, 도쿄 3.2%, 싱가포르 3.3%, 베이징 4.3%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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