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했을 때 포숙과 동업했는데 내가 항상 이익을 더 많이 가져갔다. 여러 번 관리가 되었으나 매번 군주에게 쫓겨났고, 여러 번 전장에 나갔지만 그때마다 도망쳐왔다”
이쯤 되면 탐욕하고, 무능한데다 겁도 많았다고 볼 만 하다. 공자(孔子)도 “관중은 그릇이 작은 사람(小人)이다. 검약가도 아니고 예(禮)도 알지 못한다”라고 꼬집었다.
관중은 명재상이었지만 청백리는 아니었다. 그의 사상은 꽤 유물론적이다. 재산은 주군인 환공 보다는 적었지만, 다른 웬만한 나라의 군주보다 많았다. 사치도 꽤 부렸고, 재물을 모으는 데도 열심이었다. 하지만 공자도 관중이 흩트러져있던 당시 질서를 바로잡은 업적만은 인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세계적인 파장을 일으킬 조치를 잇따라 내리고 있다. 유독 눈길을 끄는 부분이 도드-프랭크법(Dodd-Frank Rule) 개정이다. 요약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위험관리’에 맞춰졌던 미국 금융회사들의 경영모드를 ‘수익확대’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금융기관들이 위험에 대비해서 ‘지나치게(?)’ 쌓았던 자본을 풀어 대출을 일으키고 투자에 나서라는 의도다. 글로벌 금융 패러다임(paradigm)을 바꾸려는 시도다.
일각에서는 금융기관의 ‘탐욕’이 거품과 부실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약해지면 위험감수의지(Risk Appetite)가 살아나 신용시장에서 소외됐던 경제주체들에 돈줄이 열릴 수도 있다.
금융위기는 넘겼지만 양극화와 줄어든 양질의 일자리,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위협은 여전히 세계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돈을 푸는 통화정책은 약발이 다했다. 정부가 돈을 푸는 정책은 재정적자를 감수해야 해 한계가 있다. 민간부문의 신용을 확대해 실물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는 방법은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아직 제대로 시도되지 않았었다. 트럼프의 도드-프랭크법 개정은 금융위기를 촉발했던 금융회사의 탐욕을, 금융위기 극복의 마지막 국면에서 약으로 쓰려는 강수라고 볼 수 있다.
관건은 금융기관이 푼 돈이 자산가격만 끌어올리는 ‘투기’로 몰릴 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투자’에 쓰일 지다. 트럼프는 최근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고 외국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멕시코 국경에는 장벽을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투자와 일자리를 염두에 둔 꽤 치밀한 포석일까. 실패하면 ‘아베노믹스’, ‘초이노믹스’의 재판이겠지만 성공한다면
인성은 몰라도, 업적만큼은 인정받는 트럼프가 될 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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