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둘째 사위인 정태영 현대캐피탈・현대카드 부회장의 최근 행보가 눈길을 끈다. 대기업 총수의 사위가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가 그 동안 없지 않았지만, 정 부회장처럼 확고하게 오너십을 구축해가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정 부회장과 부인 정명이 씨가 지분 50%를 가진 현대커머셜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로부터현대카드 지분 19%를 매입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차그룹 상용차 부문 할부금융을 독점하는 회사다. 한때 일감몰아주기 논란에도 휩싸일 정도로 알짜 중에 알짜다. 2007년 설립한 직후 2008년 기아차와 위아가, 2010년 현대모비스가 보유지분을 정 부회장 내외에게 팔았다. 현대커머셜은 정 부회장의 부부회사가 된 후 급성장했다.
2005년 현대카드 지분 43%를 GE에 매각할 당시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금융부문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다. 이른바 케스팅 보트를 통해서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강력 부인했었다.
달라질 현대카드 주주구성을 보면 현대・기아차가 48.44%, 해외기관투자자가 23.99%, 현대커머셜이 24.55% 등이다. 현대커머셜은 현대차에 이은 단독 2대 주주이지만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행사하는 위치다. 정치권에서 재벌개혁 목소리가 높은 만큼 금산분리가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기아차의 현대카드 지분율도 유동적일 수 있다.
이번 지분매매 가격도 눈길을 끈다. 대기업 총수 특수관계인이 포함된 거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다.
GE의 지분 43%의 값은 주당 9799원, 총 6761억원이다. 지난 해 3분기말 현대카드의 순자산가치는 2조6530억원이다. 매매가격이 순자산가치(1조1408억원)의 60% 미만이다.최근 금융위가 비상장기업 기업가치를 평가할 때 최소한으로 설정한 순자산의 70%도 밑돈다. GE는 지난 12년간 배당을 통해 이미 투자원금 회수는 마쳤으니 손해는 아니다. 반대로 산 쪽에서는 유동화 제약을 감안해도 꽤 싸게 산 셈이다.
현대카드는 상장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번에 지분을 산 투자자들이 높은 값에 투자회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기업공개다. 현대카드의 기업공개가 이뤄질 때쯤 다시금 지배구조의 변화가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종로학원 후계자였지만, 이를 매각하고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에 매진했다. 현대카드가 단기간에 거대은행과 삼성과 어깨를 나란히할 위치에 오른 것도 정 부회장 경영능력이 발휘된 덕분이다. 말을 돌보는 이가 아닌 말의 주인 ‘정태영’의 가치가 완성될 날이 머지 않은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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