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김수한의 리썰웨펀] 북한 미사일 노동이냐, 스커드냐 논란 왜?
-노동 미사일 날개 5개, 스커드 4개
-노동 TEL 차량 한 면 바퀴 5개, 스커드 4개
-동체 굵기도 노동(1m)보다 가늘어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지난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노동이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기존에 알려진 노동 미사일의 개량형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으나, 노동과 전혀 다른 미사일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군 당국은 일관되게 ‘노동’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노동이 아닐 가능성을 입증하는 증거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노동이 아닐 경우, 군 당국의 북한 정보 분석력에 한계가 드러나 군 신뢰가 저하되고, 북한이 다른 미사일을 발사한 저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늑장 대응하는 등 위기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발단은 북한이 6일자 노동신문에 5일 발사한 탄도미사일을 공개하면서 ‘개량형 탄도미사일을 쐈다’는 표현이다.

이를 놓고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스커드(300~700㎞) 사거리를 1000㎞까지 늘린 개량형인 스커드-ER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스커드-ER과 노동 미사일 논란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북한 미사일 개발사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1970년대에 이집트에 배치된 구소련제 스커드 미사일을 비밀리에 입수해 스커드 미사일을 복제 생산하기 시작했다.

구소련이 1950년대에 최초 개발한 스커드A는 사거리 180㎞(이후 270㎞까지 연장), 스커드B(1961년), 스커드C(1965년), 스커드D(1980년)는 각각 사거리가 300㎞, 500㎞, 700㎞로 알려져 있다.

이동식발사대(TEL) 차량에 장착된 스커드 미사일. 차량의 바퀴가 4개다.
이동식발사대(TEL) 차량에 장착된 노동미사일. 차량 한 면 바퀴가 5개다.

▶북한 미사일 개발의 역사=스커드B는 1960년대 미소간의 극한대립 끝에 소련이 미국의 턱밑인 쿠바에 배치하려던 미사일로도 유명하다. 케네디 취임 직후인 1961년 4월 미국이 쿠바 지도자 카스트로 제거작전(피그만 침공)에 실패하자 소련이 쿠바 핵미사일 기지 구축을 추진한 것. 당시 미소 양측은 핵전쟁 직전과 같은 상황에서 미국의 터키-이탈리아 핵미사일 철수, 소련의 쿠바 핵미사일 배치 철회 카드를 맞바꾸며 극적 타결에 이른다.

북한은 자체개발한 스커드를 각각 화성5호(스커드B), 화성6호(스커드C)로 불렀다. 또한 스커드D를 개량한 화성7호(노동1호: 사거리 약 800㎞)를 만들어냈다.

화성7호, 즉 노동1호는 파키스탄이 1999년 실전배치한 가우리2호, 이란의 샤히브-3 미사일과 같은 미사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한은 2005년경 기존 스커드의 개량형 스커드-ER(사거리 약 800~1000㎞)을 개발, 전략적 선택의 폭까지 넓혔다.

1000㎞ 이하 단거리 미사일을 주로 보유했던 북한이 결국 1000㎞ 이상의 준중거리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전략범위를 일본까지 넓힌 셈이다.

북한의 미사일 기술은 노동1호 개발에 이어 스커드E를 모방한 노동2호(사거리 1000㎞)와 노동3호(사거리 1500㎞)까지 꾸준히 발전했다. 노동 1~3호는 스커드 계열 개량형이라는 점에서 노동A로 통칭된다.

북한은 이와 별도로 러시아 잠수함발사용 탄도미사일(SLBM)인 R-21과 R-27을 각각 모방해 만든 핵탄두 전용 미사일 노동B(무수단)를 따로 개발했다.

노동A와 계열이 근본적으로 다른 노동B의 사거리는 2배 이상 급격히 늘어났다. 현재 통상적으로 노동A를 사거리 1300㎞ 전후의 노동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 부르고, 노동B는 사거리 3500㎞의 무수단 중거리탄도미사일이라 부른다. R-21에는 핵탄두 1개, R-27에는 핵탄두 3개가 장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북한은 최소 스커드 약 800여발, 노동 200여발, 무수단 50여발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5일 발사된 북한의 탄도미사일 3발은 동해상으로 약 1000㎞를 비행해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을 약 400㎞ 침범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우리 군 당국은 발사 당시의 미사일 파편이나 비행궤적을 분석한 결과 노동미사일이라고 밝히고 있다.

▶노동이냐, 스커드냐 논란의 함의는?=군 관계자는 6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도 5일 발사된 미사일이 노동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북한에서 ‘개량형 미사일’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노동미사일 탄도도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그런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 당국에서 파악 중인 ‘개량형 노동미사일’의 성능에 대한 질문에는 “추가적으로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이날 오후 군의 다른 관계자는 북한이 5일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노동미사일의 개량형일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발사된 미사일이 노동A의 개량형인지, 노동B의 개량형인지, 아니면 제3의 개량형인지는 좀 더 분석이 필요하다”며 “일단 노동 미사일의 개량형임은 분명한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반론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6일 공개한 미사일 발사 장면과 동영상 등에 따르면 이날 발사된 미사일의 외형은 기존 노동 미사일과 상당히 다른 면모를 보인다.

원뿔 형태의 탄두부는 스커드 미사일과 유사하고, 추진체와의 접합 부분이 움푹 패여 있다. 일단 지난 7월 21일 북한이 공개한 노동미사일 탄두 모양과 다르다.

또한 미사일 끝단의 날개처럼 보이는 부분이 4개로 보이는 점도 스커드일 가능성을 높힌다. 스커드는 해당 부분 날개 모양이 4개, 노동 미사일은 5개로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북한이 공개한 영상 속에 나온 미사일 이동식 발사대(TEL) 탑재 차량 한 면의 바퀴 수도 4개여서 스커드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스커드 TEL 차량의 한 면 바퀴 수는 4개이나 노동 TEL 차량은 5개다.

발사된 미사일 동체 굵기가 노동보다 가늘다는 점도 스커드라는 분석에 힘을 더한다. 노동 미사일 동체 굵기는 약 1m이나 5일 발사된 미사일 동체 굵기는 0.88m인 것으로 분석됐다.

군 당국이 “노동”이라고 밝히고 있는데도 일각에서 “스커드일 가능성이 있다”고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는 스커드 발사 성공이 갖는 함의 때문이다.

노동과 무수단 미사일은 핵탄두 전용 미사일로 인식돼 있지만, 스커드는 기존 재래식 고폭탄 등의 투발수단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스커드 개량형 발사에도 성공했다는 것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투발수단 다종화가 더욱 진전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지난 3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핵투발수단 다종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007년 실전배치를 선언한 무수단의 첫 시험발사를 실시해 성공했고, 이어 대륙간탄도미사일급(사거리 1만㎞ 이상) 장거리로켓, 노동 미사일 시험발사에 성공했고, SLBM 발사에 나서 비행시험에 성공하는 등 상당한 기술적 진전을 보였다.

sooha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