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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크엔드] 6년간 403명 ‘명예의 전당’ 에…이젠 유산기부 ‘레거시클럽’ 도 발족
1억이상 고액기부…사회복지공동모금회 ‘아너소사이어티’는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회장 ‘1호 회원’
2007년 출범후 매년 2배 이상 늘어
끝내 이름 안밝힌 ‘숨은 천사’도 63명

기부 바이러스 전파 위해 홍보하지만
예우·대가 바라는 사람 한명도 없어
사후 유산기부 서약회원도 날로 증가




“곡예사 외줄 타듯 살다 보니 사람이 나고 죽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더군요. 꼭 기부하고 죽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제겐 기부가 자손들에게 물려줄 유산이죠.”

남한봉 유닉스코리아 회장에게 기부는 가장 큰 보람이고, 기쁨이다. 그리고 ‘아너소사이어티 1호 회원’이란 타이틀은 가장 큰 명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공동모금회) 고액 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Honor Society)’는 기부금 총액이 1억원 이상인 기부천사들이 가입할 수 있는 일종의 ‘명예의 전당’이다.

▶6년 새 400명 돌파=지난 11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의 목영준 김앤장 법률사무소 사회공헌위원장은 아너소사이어티 400번째 회원이 됐다. 2007년 12월 첫 회원인 남한봉 회장에 이은 2호 회원은 이듬해 5월에야 나왔다. 그런데 2009년 11명이 가입한 데 이어 2010년 31명, 2011년 54명, 2012년 126명씩 명단이 늘어나며 매년 배 이상씩 회원 수가 불어나고 있다. 척박한 기부문화의 토양이 점점 옥토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도 지난 17일까지 175명이 가입해 누적 회원은 403명에 달한다. 100호 회원인 주기영 대박물산 대표(2012년 3월), 200호 회원인 배우 수애(2012년 12월), 300호 회원인 이인정 대한산악연맹 회장(2013년 3월) 등 회원 면면도 다양하다. 끝내 이름을 밝히지 않는 숨은 천사도 63명이나 된다. 가족 1인당 각자 1억원 이상을 기부해 가족회원ㆍ일반회원으로 등록된 이들도 24가구나 된다. 특히 매년 꾸준히 기부를 이어가 누적 기부액이 19억원에 이르는 회원도 있다. 6년 새 403명의 회원이 기부한 액수만도 총 456억원에 달한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고액기부자들의 모임인 아너소사이어티는 출범 6년새 회원 400명을 돌파하며 누적기부액도 456억원에 달한다. 기부금을 본인의 뜻에 맞게 설계하는 기부자 맞춤형 서비스도 인기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 “예우는 무슨 예우”=아너소사이어트 회원 가운데 대가를 바라는 이는 없다. 하지만 이들의 ‘기부 바이러스’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공동모금회는 나름 이들에게 남다른 예우를 해주려고 애쓴다.

정부나 민간기관에서 이웃 사랑을 실천해온 인물에 대한 표창ㆍ포상 추천을 의뢰하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을 우선순위로 추천한다. 원하면 대중매체 인터뷰를 주선해 그들의 기부철학을 전하게끔 돕기도 한다. 매년 발간하는 ‘백서’에도 회원들에 관한 기록을 빠짐없이 넣고, 공동모금회 건물 한쪽에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동판을 전시해둔다.

하지만 회원들에게 가장 큰 호응을 얻는 혜택은 이 같은 ‘뽐냄’과는 거리가 멀다. 대신, 자신의 기부금을 본인의 뜻에 맞게 쓰도록 직접 설계에 참여하는 제도는 인기가 높다. 기부금 사용을 모금회에 일임하는 회원도 있지만 상당수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 기부금이 쓰이게끔 설계에 동참한다. 기부금 사용 내용도 당연히 이들에게 알려준다. 일종의 ‘기부자 맞춤형’ 서비스다.

2010년 5월에 28호 회원이 된 류종춘 씨가 장애인 대학생을 지원하고 싶다고 기탁한 1억원을 계기로 공동모금회는 ‘나눔고리기금’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기부자와 사회복지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장학금 대상자를 선정하고, 장학금 전달식에 기부자도 참석하도록 했다. 이후 다른 기부자에게도 이 제도가 호응을 얻으면서 지금까지 113명의 장애인 대학생에게 2억3100여만원이 지원됐다.

▶이제는 유산도 기부한다=유산을 기부하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 유산 기부는 다른 기부와 달리, 법률ㆍ금융ㆍ세무 등 전문 서비스가 필요한 계획 기부 형태다. 사망 전에 기부의 형태ㆍ규모ㆍ목적 등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1969년 세제개혁법이 통과돼 활성화된 이래 유산 기부, 기부연금, 기부자조언기금, 기부신탁 등으로 발전해왔다. 현재 미국은 계획 기부의 약 80%가 유산 기부다.

공동모금회는 은행, 법무ㆍ세무법인 등과 협약을 맺고 유산 기부와 관련한 전문 서비스 체계를 마련하기 사작했고, 지난 10월에는 ‘레거시 클럽(Legacy Club)’도 발족했다. 유산 기부를 이행하겠다고 서약한 회원만 현재까지 19명이나 된다. 법적 공증을 받고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하는 등 법적 효력을 가진 유산 기부자 정회원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사회지도층의 고액 기부는 또 다른 개인의 기부까지 이끄는 역할을 한다”며 “더 많은 이가 오랜 나눔의 전통을 이어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백웅기 기자/kgu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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