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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박근혜 대통령이 전경련 휘호석을 의미있게 바라본 까닭은?
[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찾았습니다. 전경련 신축건물 준공식 현장이었는데요. 박 대통령은 신축건물 앞마당에 있는 휘호석 하나에 눈길을 던졌습니다. 사연이 간단치는 않습니다.

이유는 뭘까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서울 여의도에 옛 전경련 건물을 허물고 새로 빌딩을 지었습니다. 전경련은 옛 빌딩 바로 옆인 KT에서 그동안 셋방살이를 했습니다. 그러다 오늘, 38개월 정도의 셋방살이를 끝내고 자기 집으로 다시 들어간 것이지요. 오늘은 그것을 기념하는 준공식이 열린 것입니다.

전경련은 재계단체의 맏형으로 불려왔습니다. 그러니 전경련 새 건물은 재계의 새 본산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새 건물 답게 엄청 최첨단 빌딩으로 지었습니다. 전경련 신축빌딩은 지하 6층, 지상 50층으로 여의도 랜드마크를 지향합니다. 국내 처음으로 시도된 케이블 넷월(Net Wall) 방식, 3차원의 입체 필름유리, 이탈리아산 대리석, 신기술 파이프 트러스(Truss) 등 첨단공법이 총동원됐다고 하더군요.

이 건물은 조석래 전 회장 때부터 시작됐고, 허창수 현 회장때 마무리되기에 아무래도 전현직 회장 체제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경련 옛 빌딩은 1979년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전경련 회장일때 지은 것이니, ‘아산’의 숨결도 간직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전경련의 새 빌딩에 대한 애착은 대단해 보입니다. 특히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이탈리아 등에서 출장때 대리석 등을 현지에서 꼼꼼이 살폈고, 이를 새빌딩 로비와 벽 등에 공수하는 등 대단한 애정을 발휘했다고 합니다.

새 빌딩으로 입주하는 전경련 직원들 마음도 부풀기만 합니다. 새집으로 가면 기분이 좋아지지요. 당연한 것입니다. 물론 새 집도 언젠가는 낡게 되겠지요. 서울 여의도 마포대교 앞에 떡 버티고 있는 LG트윈타워(쌍둥이빌딩)도 지어진 1987년께는 최고의 최첨단이었지만 나중엔 리모델링 공사를 했지요. 세월 앞에 건물도 장사는 없는 법입니다. 외형보다 내실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겠지요.

이같은 의미와 새로 출발한다는 각오를 갖고 전경련은 준공식에 박 대통령의 참석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이 흔쾌히 수용해 이뤄진 것입니다.

각설하고, 전경련 새 빌딩 동쪽 마당 앞에는 큰 휘호석 하나가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옛 빌딩에도 있었던 것인데, 공사기간 소중히 보관되다가 터를 다시 잡은 것이지요. 이 휘호석이 의미가 있습니다. 

전경련의 옛 빌딩은 정주영 현대 창업주가 전경련 회장이던 지난 1979년 준공됐는데,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친필로 써줘 이를 돌에 새긴 것입니다. 휘호석을 본다면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전경련의 인연, 오늘날 박근혜 대통령과의 인연 고리도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경련이 새 빌딩 입주식때 박 대통령을 초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런데 휘호석에는 비밀이 하나 있습니다. 휘호석엔 ‘창조(創造), 협동(協同), 번영(繁榮)’이라는 친필이 새겨졌습니다. (창조경제, 창조경제 하는 시대에 35년전 전경련 건물 휘호석 첫번째에 ‘창조’라는 단어가 들어간 것은 오늘날 돌이켜보면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그리고 그 밑에는 날짜가 새겨져 있습니다. 1979년 10월 16일이라고요.

근데 말입니다. 아라비아 숫자 ‘0’이 왠지 투박해 보입니다. 완전한 동그라미가 아니라, 약간 뒤틀려 보입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원래는 ‘0’이 아니라 ‘1’이었거든요. 숫자 ‘1’의 직선을 ‘0’으로 곡선으로 다시 만들다보니 좀 투박해 보이는 것입니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이 새겨진 전경련 새 빌딩 마당의 휘호석. ‘창조 협동 번영’이라는 단어가 한자로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중간의 10월(月) 중 아라비아 숫자 ‘0‘이 세련돼 보이지 않는다. 원래 ‘1’이었는데 ‘0’으로 동그라미를 새기다보니 그 숫자만 약간 투박해 보인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왜 ‘1’을 ‘0’으로 바꿨을까요? 여기엔 사연이 있습니다.

전경련 옛 빌딩의 준공식 날짜는 당초 1979년 11월 16일이었습니다. 그 날짜에 맞춰 박 전 대통령의 휘호를 받은 거지요. 그런데 1979년 10월26일, 10ㆍ26사건이 일어나고, 박 전 대통령은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니 휘호석에 11월 16일이라고 쓸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만들어졌던 숫자 ‘1’을 ‘0’으로 고쳤던 것입니다. 그게 비밀이라면 비밀입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전경련 빌딩과 박 전 대통령의 인연은 이어지고 있고, 오늘날 그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도 생긴 것입니다.

휘호석 뒤에는 고(故) 정주영 현대 창업주,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 구자경 LG 명예회장 등의 내로라하는 재계 인사의 명단이 기록돼 있습니다.

이 휘호석엔 그런 사연이 숨어 있네요. 그러니 휘호석을 바라본 박 대통령의 눈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담겨 있을 수 밖에요. 세월이라는 놈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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