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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금칙어 ‘해수부 세종시행’... 언제 해금될까
[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지난 12일 해양수산부 최종 입지를 두고 부산 지역 민심이 한바탕 들썩거렸습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 소속 새누리당 의원들과 안전행정부간 당정협의에서 해양수산부와 미래창조과학부의 세종시 이전 방침을 사실상 확정했다는 회의 결과 발표 탓이었습니다. 물론 공청회 등을 통한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세종시 정부청사 이전과 관련한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기에 해수부의 ‘부산행’을 기대했던 지역민들의 동요가 특히 컸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새누리당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게 됐습니다. 안행위 당정협 결과 발표가 있은 뒤 바로 3시간 만에 당 정책위가 “해수부와 미래부의 세종시 배치를 확정한 바가 전혀 없다”고 나섰습니다. 정책위가 당시 안행위 당정 안건에 부처 이전 문제가 포함돼있는 것을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마치 결론지은 것처럼 비쳐진 데 대해 뜨악한 겁니다. 이날 브리핑을 담당했던 안행위 간사 황영철 의원도 당내에서 혼쭐이 났다는 후문입니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발칵 뒤집힌 건 해수부 부활에 앞장섰던 부산 지역 민심 이반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안행위에 부산 지역 출신 의원이 단 한 명도 포함돼있지 않았던 것이 이 같은 소동을 불렀다는 의견도 터져나왔습니다. 물론 부산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이었다면 좀 더 신중한 행보를 보였을 걸로 예상됩니다.

대체휴일제와 지방세법을 논의하기 위한 새누리당(위원장 김태환)-안전행정부의 안전행정부 주요현안 관련 당정협의가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대체휴일제와 지방세법을 논의하기 위한 새누리당(위원장 김태환)-안전행정부의 안전행정부 주요현안 관련 당정협의가 12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앞서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해수부 부활을 언급하며 부산을 해양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던 것과 관련, 부산지역 의원들도 해수부 유치를 앞세웠던 게 사실입니다. 이와 관련 A의원은 “추석 앞두고, 지방선거도 있고, 수산물 논란도 있는 상황에서 당장 부산은 안된다고 발표해 버리면 어떻게 하냐”면서 “그런 것이 정무 감각인데, 풍선에서 바람빼듯 해야지 갑자기 하면 역풍 생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정부청사의 세종시 입주 원칙에 어느 정도 수긍하면서도, 지역 민심을 달랠 만한 유인책이 부족했다는 평가입니다.

물론 부산 의원들이라 해도 무작정 해수부 부산 유치를 외치는 건 아닙니다. 도리어 사견으로는 세종시 입성이 더 낫다고 밝히는 의원도 있습니다.

A의원은 “인사 청문회 과정에서 윤진숙 장관이 집중포화를 맞은 뒤로 조직에 힘이 안 실린다는 얘기도 흘러나오는 마당에 해수부만 덜렁 부산에 가 있으면 또 얼마나 휘둘리겠나”라며 “세종시에 다른 청사들과 같이 있으면서 업무 효율성도 높이고, 하다못해 기재부 가까이에서 움직이면서 예산이라도 더 따오고 그럴 수 있으면 해양수산업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의원은 또 “해수부 직원이 500여명인데 청사가 내려가봐야 부산 시민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경제 부양 효과를 거두기엔 힘들 것”이라며 “차라리 산하 공기업들을 여럿 유치하는 쪽이 시너지 효과가 클 수 있다는 점도 봐야 한다”고도 합니다. 부산 시민들이 해수부 부활에 가장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해수부가 부산에 입성하는 건 또다른 문제라는 겁니다.

어찌되었건 이번 해프닝 이후 부산 민심이 예사롭지 않은 눈치인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당 안팎으로 해수부 세종시행, 혹은 부산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자제하고 있지만, 추석 명절을 맞아 민심 탐방에 나서는 부산 의원들이 이 문제에 맞닥뜨리는 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현재로선 “의견 수렴중”이란 답이 현명한 것일는지 모르겠습니다.

kgungi@heraldcorp.com



<사진설명>해양수산부의 최종 입지를 어디로 해야할지, 새누리당과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효율성으로 따지면 세종시로, 지역민심을 고려하면 부산행이다. 당내에서는 함구령이 내려졌다. 지난 12일 당정협의에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 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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