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 13일 법무부의 ‘감찰’ 발표 직후 채동욱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 15일 기자들과 만나 “사표수리를 하지 않았다. 진실규명이 우선”이라고 밝혔다. 채 총장이 사의를 밝힌지 꼭 45시간만이다.
청와대가 사표수리를 하지 않으므로써 당분간 채 총장의 직함은 검찰총장으로 유지된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법무부 ‘감찰’을 받게됐던 검찰총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그가 정상적인 총장 업무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대신 청와대는 채 총장에 대한 사표 수리를 하지 않으므로써 채 총장이 법무부 감찰은 물론 ‘유전자 감식’ 등 ‘혼외아들’ 논란에 대한 진실 규명 책임을 채 총장에게 요구할 공산이 있다. 다만 진실 규명 책임을 당장 압박하는 것으로 비쳐질 경우 더 거센 반발을 맞을 수 있는 만큼, 다소간의 휴지기를 둘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헤럴드경제DB] |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채 총장의 사퇴를 ‘공직자 윤리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청와대 배후설’, ‘권력의 검찰 장악’ 등은 근거가 없다는 주장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문제는 공직자 윤리의 문제지 검찰의 독립성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검찰의 신뢰와 명예 문제”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이와 함께 “이번 사안을 의도적 프레임으로 몰아가서 청와대에 책임을 묻고 이런저런 의혹을 제기하는 등 본질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공직사회를 흔드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청와대가 비교적 신속하게 채 총장의 사퇴와 관련 다소 유연한 입장을 밝힌 것은 16일로 예정돼 있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의 ‘만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2시께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의 회동 주제 등을 밝힐 예정이었다. 김 대표의 기자회견 전에 채 총장 ‘사표 불수리’ 의사를 밝혀 회동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자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편 채 총장이 사의를 밝힌 뒤 검찰 안팎에서는 ‘청와대와 법무부가 채 총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 ‘대검 감찰부가 감찰을 거부하자 법무부가 직접 나섰다’, ‘원세훈·김용판에 공직선거법을 적용한 것이 권력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등의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한석희기자 hanimom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