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3살 때 앓은 소아마비 후유증을 딛고 사법고시 수석합격, 최연소 판사, 그리고 헌법재판소 소장까지…. 김용준(75)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생은 한편의 인간승리 드라마였다. 하지만 드라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면 그는 장애인으로서는 헌정 사상 처음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른다.
김 후보자가 새 정부 첫 총리로 낙점 받은 것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함께 법과 원칙을 바로 세우겠다는 박 당선인의 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김 후보자도 총리 지명 직후 첫 일성으로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면에서 질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며 “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로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대법관 시절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건을 다수 맡아 대체로 보수적 판결을 내렸다.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사노맹)을 반국가단체로 인정한 첫 대법원 판결도 그의 작품이었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김 후보자에 대해 훌륭한 법조인이자 장애를 극복하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을 해온 사회통합적 인물이라는 데는 동의한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강조한 책임총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2000년 헌법재판소장을 끝으로 10년 넘게 공직을 떠나 있었던 데다,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 시절 눈에 띄는 활동도 없었고 ‘불통’ 논란을 낳고 있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령탑이라는 점에서 정치력과 행정력은 미지수라는 평가도 있다.
김 후보자가 거쳐야할 1차 관문은 내달 설연휴 전후로 예정돼 있는 청문회다. 야당은 벌써부터 국정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헌법재판소장 시절 ‘5·18 특별법’ 한정위헌 의견 등을 문제 삼을 태세다. 역대 최고령에 소아마비 후유증을 갖고 있는 김 후보자가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며 국정 전반을 총괄하는 격무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하지만 가장 큰 논란은 병역문제다. 김 후보자 본인은 물론 두 아들까지 각각 신장ㆍ체중과 통풍 때문에 국방의 의무를 면제 받았다는 점이 얼마나 국민적 설득력을 갖느냐다. 아울러 사회통합을 이끌어내야 할 총리 후보자로서 보수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도 과제가 될 전망이다.
신대원 기자 shind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