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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대 정부 공무원 개혁 왜 실패했나
‘비에 젖은 낙엽처럼 살자’,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

우리사회에서 어느순간 복지부동(伏地不動)과 공무원은 동의어였다. 역대 대부분의 정권은 집권 초기 공무원·관료 사회의 개혁을 공언해왔다. 그 방향은 대동 소이하다. ‘부패청산’, ‘효율성’, ‘투명성’ 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집권 초기 의지는 시간의 흐름에 비례해 흐지부지 됐고, 정권말엔 각종 ‘레임덕 사건’이 겹치며 공무원 개혁은 대부분 유야무야 됐던 것이 사실이다. 오히려 정권의 위기는 공무원·관료 사회엔 기회가 됐다. “우리는 어떤 대통령보다 오래간다”(토머스 패터슨 하버드대 교수)는 말처럼 공무원 관료사회는 정권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휘청거릴수록 특유의 ‘보수’ 성향을 띄며 집단 이기주의로 경도되기 십상이었다. 쌓아온 ‘전문성’과 ‘철밥통’은 이들의 ‘비빌 언덕’이다.

▶‘작은정부’의 실패= 이명박 정부는 출범 때 ‘작은 정부’를 강조하며 정부 조직 통폐합을 통해 공무원 숫자를 6951명 축소하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줄어든 인원은 3222명뿐. 당초 목표의 절반 이하다. 공무원들의 반발로 줄여야 할 부분을 못 줄인 데다 새로운 사업 계획은 꾸준히 늘은 것이 이유다. 신 사업 계획은 공무원 수 증가로 이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역시 경찰 인력 2만명, 교사 증원, 안전 분야와 복지 분야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려 나가겠다고 밝히며 ‘큰 정부’를 지향하고 있다.

이같은 공무원 수 증가는 현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공무원·관료 사회의 첫 체계적 조직 개편을 시도하며, 집권 초기 8602명의 공무원들을 일시에 퇴출 시키는 개혁을 실시했다. 서슬퍼렇던 군부 정권 시절, 공무원 관료 사회는 일시 움츠러 들었지만 다음 정권에선 ‘몸집 불리기’가 본격화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재임기간 동안 16만명 이상 공무원이 증가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4차에 이르는 조직 개편을 통해 분야별 개혁 방안을 추진했으나 근본적 개혁에는 실패했다.

IMF사태로 인해 ‘작은정부’를 주창하는 신자유주의적 이념을 수용했던 김대중 정부 집권기간 역시 공무원 수는 꾸준히 증가했고, 인원이나 조직 축소보다 ‘정부 혁신’을 강조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해마다 거의 1만명씩의 공무원 숫자 증가를 경험했다.

공무원 수 증가의 원인은 크게 ▷인구 증가에 따른 자연 증가 ▷공무원 사회 자체의 속성 등이며 ‘박근혜 정부’의 경우엔 복지 공약 강화가 이유로 꼽힌다.

▶공공부문 지출 줄여라= 일본 다루토코 신지(樽床伸二) 총무상은 지난달 7일 내각회의에서 올해 국가공무원 정원을 3000명 가량 줄이겠다고 공언했다. 일본의 전체 공무원 수가 30만명임을 고려하면 전체의 1%를 줄이는 사상 최대규모의 감축폭이다. 소비세(부가가치세) 인상을 2014년부터 시행키로 한 것에 대해 정부가 앞장서서 공무원 수를 줄여 예산을 절감키로 한 것이다. 이외에도 일본 정부는 공기업 직원들에 대한 급여 삭감도 추진키로 했다. 세출을 줄여 필요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일본 정부가 이처럼 공무원 수를 줄이는 이유다.

미국 역시 과거 비대한 ‘공무원·관료 조직’ 개혁에 나섰던 바 있다. 빌 클린턴 대통령 당시 앨 고어 부통령은 ‘정부의 재창조’ 프로젝트를 실행에 옮겼다. 오만한 관료 조직을 다루기 위한 고육책 차원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앞으로 10년 동안 30억 달러를 절약하기 위한 정부 개혁을 약속했다.

비대한 정부 조직 때문에 나라 전체가 위기에 처한 국가도 있다. 그리스는 임금 고용자들 10명 가운데 4명이 공무원일만큼 공무원들의 숫자가 늘어났다. 결국 그리스는 ‘공무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경제가 파탄났다. 유럽 경제위기의 중심엔 이같은 그리스 공무원 사회의 비대함대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그리스는 공무원 임금 삭감·감원 등을 실시하며 경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개혁 위해선?=공무원들이 주로 지적 받는 것은 ‘철밥통 신화’다. 일단 되고 나면 어지간한 문제가 있지 않고선 일자리가 보장되는 현상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는 제도 실천으로 꼽힌다. 지방공무원법 65조 3항은 ‘직무수행능력이 부족하거나 근무성적이 불량한 자를 직위해제할 수 있다’고 돼 있고, 62조는 ‘직위해제된자가 능력이나 근무성적 향상을 기대키 어려울 경우 임면권자가 직권면직 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공무원들의 ‘무사안일 주의’, ‘복지부동’ 관행을 고칠 수 있는 제도로 적극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는 ‘삼진 아웃제’와 ‘미스터리 샤퍼제’ 등이 제시된다. 삼진 아웃제는 부정 부패 사안과 관련해 모두 세번의 기회를 주고 해당 공무원이 제시된 규정을 위반할 경우 직위해제 또는 면직 처리하는 제도다. ‘미스터리 샤퍼제’란 쇼핑업체들이 직원들의 근무태도를 체크하기 위해 평가자가 고객으로 위장해 해당 매장을 방문하는 제도로 이를 공무원들의 근태 평가에도 차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구체적인 비전이나 퇴출 공무원에 대한 사회 복귀 시스템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며 “그래서 초기에 움츠렸던 공무원들은 집권 후반기로 접어들면 레임덕을 틈타 오히려 조직 확대를 도모하는 악순환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홍석희기자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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