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3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제3차 북미 고위급 대화를 기점으로 한반도 정세가 대화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주 회담에서 양측이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후속 대화가 이어지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대화모멘텀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외교가의 관측이다.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취하고 이에 연동해 미국이 영양(식량)지원을 하는 내용으로 북미간 합의가 이루어지면 지난 3년간 동면상태에 빠졌던 6자회담 재개가 가시권에 들어오게 된다.
북한은 대외 행보를 통해 후계구도의 안정적인 구축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고주변국들도 갓 출범한 김정은 체제의 안정적 관리에 북미대화, 나아가 6자회담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북미대화는 지난해 10월26일 제네바에서 열린 제2차 북미 대화 이후 4개월만에 열리는 후속 회담 성격이지만 새로운 북한 지도부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할 기회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가 크다.
북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이전에 북한이 영변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을 중단하면 미국이 24만t 규모로 영양지원을 하기로 사실상 합의한 바 있어 이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될 수도 있다.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이번 북미대화는 김 위원장의 사망으로 중단됐던 대화가 재개된 것이니 완전히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당시 공감대를 이룬 선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이행할 것인지를 확인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미측이 북한에 요구하는 사전조치의 핵심은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의 중단과 함께 이를 검증할 수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확인 및 감시를 수용하라는 것이다.
결국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와 관련해 어떤 카드를 꺼내느냐에 따라 향후 북미관계는 물론 6자회담의 재개시간표 등이 정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일 3국은 북한이 비핵화 사전조치를 취하면 6자회담을 언제든 재개할 수 있다는 입장이고 중국과 러시아 역시 조속한 회담 재개를 지지하고 있다. 이런 6자회담 당사국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북한이 진전된 태도를 보이면 상반기 중이라도 6자회담이 개최될 수 있는 상황이다.
북한이 체제결속 차원에서 미국과의 대화를 선택한 만큼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만 북미대화에서 진전이 있더라도 남북대화는 북한이 통미봉남(通美封南) 기조를 이어감에 따라 당분간 진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북한이 전날 남측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과 고구려 고분군 병충해 방제를 위한 실무접촉 제안에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