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9일 정례회의를 열고 연 3.25%인 기준금리를 현행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8개월째 동결이다.
한국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지난달과 거의 달라지지 않아 동결 외에 다른 카드를 꺼내기 쉽지 않았다. 때문에 ‘연내 동결’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경기 둔화에 따른 금리인하론과 물가상승 억제를 위한 금리인상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꺼지지 않은 유럽 재정위기 불씨로 국내 실물경기 둔화 가능성이 여전하고, 인플레이션 압력도 상존하면서 금리를 조정하기 어려운 환경이 돼 버렸다.
사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유럽발 위기로 국내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 금리인하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의 장기대출 프로그램과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실행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안전판 역할을 하면서 금리인하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모습이다.
더욱이 4월 총선은 금리인하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금리인하로 물가가 오르면 표심이 악화할 수 있다는 여권의 우려가 한은의 금리 결정에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물가는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4.2%나 올라 위험수위였다. 그러나 지난달 3.4%로 떨어졌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이유도 약해졌다.
향후 금리 조정 여부는 경기회복에 달렸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까지 성장률이 장기 추세 수준에 미치지 못하면서 경기둔화가 이어질 전망”이라며 “하반기 들어서 대외여견의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국내 경기도 완만하나마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로 미뤄볼 때 한은은 올 상반기까지 인상보다는 동결 쪽에 무게를 둘 가능성이 크다.
최근의 대내외 여건이 이어진다면 상반기 동결을 넘어 연내 동결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다. 동부증권 신동준 연구원은 “기준금리를 인상할 만큼 경제가 완전히 회복되지는 못할 것”이라며 “연내 동결하다가 내년에나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모든 변수들을 삼켜버릴 기준금리 판단의 핵심 변수는 유럽재정위기의 진행상황이 자리잡고 있다.
유럽이 재정위기를 순탄하게 넘기고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하반기에 금리 인상이 단행되겠지만, 유럽 리스크가 더욱 악화하면 한은은 인하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