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라 인도 무역관장 3人에 듣다
[뉴델리ㆍ첸나이ㆍ뭄바이(인도)=윤정식 기자] 흔들리는 인도 경제에서 한국기업들이 살아남는 ‘비책’을 쏟아내는 남자 3명이 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철저한 ‘현지화’를 바탕으로 세계경제의 회복 타이밍을 잡는 것이 인도시장에서의 유일한 생존법이라고 입을 모았다.뉴델리와 뭄바이, 첸나이는 각각 인도의 정치ㆍ경제ㆍ산업에서 수도 역할을 하는 도시들이다. 본지는 최근 코트라(KOTRA)에서 이곳 세 도시로 파견한 KBC(Korea Business Centerㆍ과거 무역관) 관장들을 현지에서 차례로 만나 현지시장에 대한 전망과 해법을 알아봤다.
-인도 진출기업들에게 코트라의 활약상이 대단하다.
▶김경율 뉴델리 관장=해외에 진출한 기업들은 ‘대사관은 없어도 되지만 코트라는 꼭 있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최근 한국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인도기업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 정보를 얻어가는 창구로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최근 한국기업들 인도 진출이 뜸하다.
▶최동석 뭄바이 관장=일시적 현상이다. 길게 봤을 때 중국 다음의 시장은 인도 밖에 없다. 프랑스 자동차 회사인 르노만 봐도 처음에는 확신이 없어 합작사로 들어왔다가 바로 100% 직접투자로 바꿀 정도다. 이제 유통 소매업체들도 물밀듯 쏟아져 진출할 것이다.
김경율 관장 최동석 관장 장병석 관장 |
-인도기업들의 한국 투자는 어떤가?
▶최동석=마힌드라&마힌드라가 쌍용차를 인수하면서 인도에서 한국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크게 높아졌다. 한국의 제철소를 사겠다는 업체도 있고 제약업체를 인수하겠다는 곳도 있다. 자동차업체들은 당장이라도 한국 부품업체와 타이어 업체에 합작이라도 하자며 달려들고 있다. 사실 인도기업들은 워낙 파이낸싱에 강해 국제시장에서도 기업 인수ㆍ합병(M&A)에는 도사들로 통한다.
-지금의 인도경제 침체는 언제까지 갈 것으로 보나.
▶장병석 첸나이 관장=인도경제는 유럽과 미국에 크게 영향받는 구조다. 인도의 소프트웨어 산업을 보면 보잉사 씨티은행그룹 등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영국의 헬스캐어, 이슬라엘 E거버먼트 등 공공부문에까지 진출할 정도로 수준이 대단하다. 그런데 이들 계약이 유럽 재정위기 이후 상당수 끊겨 지금의 위기가 초래됐다.
-인도의 기술인력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대단하다.
▶김경율=인도 최고의 공과대학인 IIT(Indian Institute of Technology)에 떨어지면 미국의 MIT를 간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다. 심지어 독일의 자동차기업 BMW는 IIT 졸업생을 스카웃 하기 위한 상시조직이 있을 정도다.
-인도의 제조업이 경쟁력이 있나?
▶최동석=우주항공, 석유화학, 금속, 제약 등 인도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한국보다 훨씬 고부가가치 산업이 발달해 있다. 인프라가 워낙 미흡해 화려해 보이지 않을 뿐이다. 며칠 전에도 일본자동차부품협회가 여기로 쇼핑을 다녀갔다. 일본 본토로 사갈 부품을 여기서 사갈 정도다.
-정치적 후진성은 여전하지 않나?
▶김경율=영국 식민지 시절의 부패한 민주주의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2009년에 국회에 올라간 정치인 부패방지법이 계류 중이고 선거에서 표를 돈으로 사는 것도 가능할 정도다. 오히려 지방정부와의 협력관계만 잘 유지한다면 외국기업도 충분히 인도에서 관(官)의 도움을 잘 이끌어 낼 수 있다.
-한국기업들이 일본기업들과 자주 비교 대상이 된다.
▶장병석=인도인들은 한국기업들이 군림하려고 드는 데 반해 일본기업들은 파트너로 인정해 준다고 말한다. 롯데가 인도에 롯데마트를 들여왔을 때 일본식으로 경영한 바 있어 화제가 됐다. 한국식은 단기에 쥐어짜기는 좋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본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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