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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유사 초비상…‘컨틴전시 플랜’ 만지작
“비선 가동해야하나” 위기

거래선 변경 극약처방

비축유 관리 등 최악대비

국내 도입 원유량의 9.7%를 차지하는 이란산의 수입 비중이 최대 절반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에 정유사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란산 비중이 큰 정유사들은 거래선 변경에 따른 갖가지 위험에 노출됐고 일각에서는 “비선이라도 가동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당장 정유사들은 오는 16일 방한하는 미국 대표단과 정부의 협상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안에서 유보나 예외조항을 인정받길 원하고 있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사별로 조치를 취하기 이전에 국가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정부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며 “유보나 예외가 힘들다면 단계적 감소 등 현실적인 결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일각에서 최대 50%(연간 약 4500만배럴)의 이란산 원유 수입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유사들은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가동을 고심하고 있다. 극약처방이랄 수 있는 도입선 변경을 검토하고 비축유를 관리하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바람대로 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한 내부적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국제시장에서 신뢰도 추락, 추가로 들어갈 천문학적 비용 부담이라는 거대한 난관에 직면했다”고 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기준 이란산 원유 수입 단가는 배럴당 102.98달러로 현재 대체가 유력시되는 사우디아라비아(106.29달러), 쿠웨이트(104.72달러), 아랍에미리트(108.60달러)산에 비해 월등히 낮았다. 배럴당 수입단가가 2달러만 증가해도 이란산 수입 비중이 20%가량(하루 평균 7만배럴)인 현대오일뱅크는 연간 3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0년 기준 3100억여원 당기순이익의 10%에 달하는 규모다.

우여곡절 끝에 대안을 찾는다고 해도 기름값 상승 등 후폭풍은 피할 길이 없다. 대한석유협회는 국제유가가 10%만 상승해도 국내 기름값은 리터당 100원이 오르고, 20%가 뛰면 인상폭은 170원에 달해 치솟는 고물가에 기름을 끼얹을 것으로 예상했다.

오는 20일께부터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정유사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이란산 수입이 전혀없는 한 정유사 관계자는 “국제시장에서 풍선효과처럼 이란산 수입이 막히면 타 지역 원유가도 오르게 마련”이라며 “전반적으로 양호한 실적 발표가 예상되는 가운데 대외변수로 기름값이 오르는 데 대해 정유사들이 또다시 물가상승의 주범으로 낙인 찍힐까 우려된다”고 걱정했다.

류정일 기자/ryu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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