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
교수신문은 2011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엄이도종(掩耳盜鐘)‘을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엄이도종‘(가릴 엄, 귀 이, 훔칠 도, 쇠북 종)은 자기가 한 잘못은 생각하지 않고 남의 비난이나 비판을 듣기 싫어서 귀를 막지만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교수신문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통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 해킹, 대통령 측근 비리 등 각종 사건과 굵직한 정책의 처리 과정에서 ’소통 부족과 독단적인 정책 강행‘을 비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전국 각 대학 교수 304명을 대상으로 5개의 사자성어를 제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전체의 36.8%가 엄이도종을 선택했다.
’이리에게 양을 기르게 한다‘는 뜻으로 탐욕스러운 관리가 백성을 착취하는 일을 비유하는 ’여랑목양(如狼牧羊)‘이 응답자 25.7%의 지지로 2위를, ’갈림길이 많아 잃어버린 양을 찾지 못한다‘는 뜻의 ’다기망양(多岐亡羊)‘이 21.1%로 3위를 차지했다.
‘엄이도종’은 중국 전국시대 말기 진나라의 승상 여불위가 문객들을 동원해 만든 우화집 ’여씨춘추‘에서 유래했다. 춘추시대 범씨가 다스리던 나라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한 백성이 혼란을 틈타 범씨 집안의 종을 훔치려 했다. 도둑은 종이 너무 커서 쪼개려고 망치로 종을 깼는데 종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 다른 사람이 올까 봐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았다는 일화다. 중국 송나라의 유학자 주희는 이 일화를 인용하면서 “종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들리는 것이 두려워 자신의 귀를 막는 짓은 지도자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김풍기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정부는 FTA 문제, 선관위 홈페이지 공격 의혹 등이 겹쳤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은 거의 없었고 여론에 관계없이 자신들의 생각만 발표하고 나면 그뿐이었다”고 지적했다. 김용찬 순천대 교수도 “6월과 10월의 두 차례 선거에서 민의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도 여전히 권력 다툼에 매몰돼 있다”고 정부와 정치권의각성을 촉구했다.
한편 2010년에는 진실을 숨겨두려 했지만 그 실마리는 이미 만천하에 드러나 있다는 뜻의 ’장두노미‘(藏頭露尾), 2009년에는 일을 바르게 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는 의미의 ’방기곡경‘(旁岐曲逕)이 각각 올해의 사자성어로 뽑혔다.
김우영 기자 kw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