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취업자수 47만9000명 증가 의미
상용직 늘고 일용직 감소고용체질 개선 추세 불구
내년 경기둔화 혹한 여파
일자리 창출 역부족 우려도
연말 고용시장에 예상밖의 ‘훈풍’이 이어지고 있다. 10월 취업자수가 ‘서프라이즈’ 수준인 5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11월에도 47만9000개의 일자리가 늘어났다. 경기호황 때나 볼 수 있는 숫자들이다. 고용지표만 보면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이 체감되지 않을 정도다.
내용도 썩 나쁘지 않다. 통계청의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사회복지서비스업, 도매 및 소매업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업의 일자리가 52만개 이상 늘어났고, 부진을 면치 못하던 건설업에서도 6만6000명의 취업자가 증가했다. 임금근로자 가운데 상용직이 50만명 이상 늘고 일용직은 13만명 이상 감소하는 등 ‘고용체질’도 개선세다. 여전히 6%대 후반을 오가는 ‘청년실업률’만이 ‘옥의 티’다.
하지만 고용 호조를 추세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내년 본격적인 경기 둔화의 혹한을 앞둔 ‘반짝 훈풍’일 가능성이 높다. 좀 더 나은 직장을 구하려고 기다리던 청년들이 일단 취업하고 보자며 나섰을 가능성도 있다. 더 이상 실업자로 버티기 어려워진 25~29세의 실업률은 5.8%로 작년 11월(6.3%)보다 개선됐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전문가들과 연구기관들은 경기활력 저조로 내년도 고용환경이 올해보다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원은 내년 취업자 수 증가분이 올해의 40만명에 크게 못미치는 24만명에 그칠 것으로 봤다. 정부도 내년 취업자 수 증가를 28만명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성장률 하락과 함께 올해 일자리 창출을 주도했던 민간의 고용 여력이 상당 폭 줄어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고용확대를 이끌던 제조업 부문의 고용창출력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징후는 벌써부터 나타난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올해 하반기 들어 아예 감소세로 돌아섰다. 10월에는 취업자 수가 50만 이상 늘어나는 와중에도 제조업 취업자 수는 5만5000명이 줄었고, 11월에는 8만5000명이 줄어드는 등 제조업 일자리의 수는 예상보다 빠르게 줄고 있다.
정부는 제조업의 고용 공백을 공공분야와 내수산업의 고용창출을 통해 돌파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다소 무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 속에서도 공공기관 채용인력을 올해 1만명에서 내년 1만40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재정지원 직접 일자리도 올해보다 2만명 늘린 56만명으로 확대한다. 특히 청년 일자리는 올해와 같은 7만1000개 정도 만들어 내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공공분야 일자리 확대만으로 민간의 고용창출력 저하를 막기는 역부족이다. 결국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민간에서 어느 정도 일자리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이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신규고용의 대부분을 이끈 보건업 및 사회서비스업의 고용증가세가 이미 2분기부터 둔화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시장 수급에 따라 (내년에) 올해만큼의 고용창출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수출 대기업들의 일자리 감소를 중소기업에 대한 고용지원 확대로 풀어야 한다는 조언도 이어진다. 지난 10년간 중소기업이 창출한 일자리의 수는 346만개로 대기업의 49만개에 8배에 달한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