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 어쩌면 장관들이 모여사는 ‘장관촌’이 생길 수도 있을 것 같다.
정부가 세종시에 장차관들의 관사로 사용할 단독주택 37가구를 건설키로 확정했다. 하지만 세종시 이주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관사 착공이 늦어져, 내년 말부터 정부 각 부처가 세종시로 이전하더라도 장차관들은 상당 기간 서울이나 인접지역에서 출퇴근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국무총리실 주재로 회의를 갖고 각 부처 장차관들 관사 용도의 단독주택 건설에 예비비 270억원을 책정했다. 정부는 지난 국정감사 때 고위 공무원들의 세종시 거주 문제가 거론된 후, 대전청사와 같이 각 부처가 필요한 만큼 아파트를 매입또는 임차하는 방식을 검토하다가 별도 관사를 짓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행복도시건설청 관계자는 “관사를 짓는다는 방향만 잡혔을 뿐 장소나 분산 여부 등 세세한 내용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별 부지 확보가 어려울 경우 관사를 한두 지역에 몰아서 지을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중앙부처 장관들이 담을 맞대고 ‘이웃으로’ 살게 된다. 장관들만 참석하는 반상회도 열릴 수 있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정부가 장차관들의 관사 건립 예산을 ‘예비비’에서 끌어쓰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의원은 “예비비는 말 그대로 예측하지 못하는 지출을 고려한 예산”이라며 “예측이 가능한 관사사업비는 정상적인 행복도시특별회계를 통해 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차관들이 처음부터 세종시로 내려가는 데 관심이 없다 보니 예비비 책정이라는 편법을 동원했다는 것이다.
완공 시기도 문제다. 내년에 공사를 시작해도 2013년 상반기는 돼야 입주가 가능해 내년 말에 이전하는 부처의 장차관들은 서울이나 세종시 인접지역에서 출퇴근해야 한다. 권 의원은 “정치권에서 관사 문제를 제기할 때까지 수요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이전 준비가 얼마나 허술하게 진행됐는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