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세계개발원조총회가 29일 개막했다. 다음달 1일까지 열리는 이번 총회는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바뀐 세계 유일 국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데 의의가 크다.
특히 1일 발표될 ‘부산선언(가칭)’을 기점으로 국제원조의 밑그림이 완전히 새로 짜이게 되기 때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가장 크게 바뀌는 원조 패러다임은 개발효과성으로 원조의 지향점이 바뀐다는 것. 지금까지는 부정·부패 등으로 인해 제공된 자원이 투명하게 전달되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관리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원조가 실제 해당 국가의 자력발전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를 중점적으로 점검하는 방식으로 변화한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원조 평가 방식과 접근법도 크게 바뀌게 될 전망이다. 사흘간의 각종 분과 토론과 특별세션 등에선 과거와는 다른 원조 및 개발 협력 방식과 접근 방향이 집중 논의된다.
이와 관련, 외교통상부 임정택 개발정책과장은 “새로운 개발원조의 비전 틀이 바뀌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총회의 의미가 크다”며 “원조의 실제 의미는 원조 받는 나라의 개발과 발전인데 현재까지의 원조 패러다임으로는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하나의 큰 변화는 ‘남남협력’이다. 지금까지의 원조는 부자나라(북)가 가난한 나라(남)를 돕는 것이 원조의 큰 방향성이었다면 앞으로는 중국ㆍ브라질 등 신흥개발국이 저개발국가를 지원하는 원조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최근 서구 사회의 경기 침체와 신흥국들의 경제 발전이 급속도로 이뤄진 것과 연관이 깊다.
또 시민사회와 비정부기구(NGO), 학계 등도 원조 프로그램에 참여, 저개발국가의 자력 발전에 도움을 주는 방향성도 제시된다. 실제로 이번 총회엔 NGO인 ‘빌&멀린다 게이츠재단’이 참여해 각국의 보건, 교육, 의료 지원 활동을 벌인다. 이 재단의 공여 원조 규모는 53조달러인 것으로 전해진다.
박은하 외교부 개발협력국장은 “뉴글로벌 파트너십을 세운다는 것이 이번 총회의 큰 의미 가운데 하나”라며 “이전의 총회에서 각 정부가 원조 주체가 됐다면, 이제는 여러 주체들이 원조에 동참한다는 것이 큰 의미”라고 말했다.
여성 세션이 처음 등장한 것도 주목된다. 부산 총회에선 ‘양성평등’에 관한 특별세션이 열린다. 특히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이번 총회에 참석하게 된 것도 여성의 역할에 대한 특별세션이 마련됐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동남아시아 여성들의 경제 참여를 독려하면 매년 1000억달러의 경제 창출 효과를 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개발원조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인 이번 회의에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 앙헬 구리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무총장 등 160여개국 장관급 인사와 70여개 국제기구 및 비정부기구 관계자까지 모두 2500여명이 참석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개막식에 참석해 환영 연설을 한다. 이 대통령은 환영 연설을 통해 개발도상국이 세계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균형 발전을 위한 주요한 동반자임을 강조하면서 ‘다함께 잘사는 세계’를 실현하려면 최소한 기존의 개발원조(ODA) 공약이 차질없이 이행돼야 한다고 호소할 예정이다.
홍석희 기자/ho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