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개월…박철곤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무정전검사’ 7월부터 시행年정전비 5340억 절감효과
공기업 글로벌화에 역점
16개 국가에 기술 수출도
“전기부족 사태요? 사실 전기 안전의 기본원칙만 잘 지켜도 충분히 해결될 일이죠. 가정마다 사업장마다 사용하지 않는 전기기구 플러그만 빼놔도 ‘블랙아웃’은 피할 수 있어요.”
찢어지는 가난으로 시작한 인생은 두 번의 검정고시와 행정고시 합격으로 바뀌게 됐다. 총리실 사무관으로 시작해 국무차장(차관급)까지 거친 정부 고위직 공무원 출신의 박철곤(59)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지난 24일 서울 명일동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옥에서 박 사장을 만났다. 지난 6월 취임 이후 불과 5개월밖에 안 된 사장이지만 시종일관 얼굴에는 여유가 넘쳤다. 각종 현안에 적극 대응하는 자세와 조직의 구체적인 목표 제시 등 고위직 공무원이기보다는 민간기업의 현장 돌격형 CEO로 이미 변신에 성공한 모습이었다.
가장 먼저 지난 9월 발생했던 정전사태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한국에서 전기를 생산ㆍ공급하는 것은 한전,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사후 안전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분리돼 있다. 때문에 안전공사는 생산량 부족으로 인한 정전사태에는 직접적 책임이 있는 기관은 아니다. 그럼에도 박 사장은 “전기 관련된 분야에 몸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문제의식을 크게 느낀다”며 “전기 안전을 위한 기본원칙인 ‘플러그 뽑기’만이라도 좀 더 열심히 홍보했더라면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작심한 듯 최근의 전기료 인상에 대한 당위성도 함께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전기의 사용자나 공급자가 모두 문제가 있는 시장이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 들어가는 전기 최대용량이 108만㎾인데 30~40년 전에는 대한민국 전체에 불을 밝히고도 남던 양이다. 이미 대부분의 산업현장이 기름으로 할 수 있는 부분마저도 모두 전기로 대체된 데 따른 것이다. 고육지책으로 산업부문 전기료 인상이 나온 배경이다.”
취임 후 박 사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분야는 전기안전공사의 글로벌화다. 그는 “공기업이 국내 시장에만 천착하다가는 미래 생존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며 아부다비 등 중동지역에 한국의 전기안전기술 수출을 위해 출장까지 다녀온 터다.
박 사장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도 “우리가 미국 같은 큰 시장에서 좋은 기회를 잡을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전기안전기술에서 한국은 ‘글로벌 톱’이기 때문에 모델링을 할 국가조차 없을 정도”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미 한국전기안전공사는 16개 국가에 우리의 기술을 수출했다.
박 사장의 자랑거리는 지난 7월부터 본격 서비스가 시작된 ‘무정전검사(POIㆍPower On Inspection)’. 운전 중인 전기설비에 대해 정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를 하는 것이다. 이 기술은 제철소나 반도체 생산 현장이 공장 가동 중단에서 오는 연간 정전비용 5340억원의 절감효과가 기대된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회식에서 항상 건배사가 ‘우문현답’이다.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전기안전공사 직원들이 글로벌 현장에서 답을 찾는 시대가 펼쳐질 것이다.”
윤정식 기자/yj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