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정 발효이후 해결해야할 과제는
국내 법제도 무력화 조항? 우리기업 보호장치 될수도건강보험 영리화? 경제정책 운용과정서 필요땐 규제 가능
섹스산업도 무조건 수용? 공익성높은 분야 정부 규제권한
그동안 야당과 시민단체들이 한ㆍ미 FTA(자유무역협정) 비준을 강력하게 반대한 것은 적잖은 독소조항 때문이다. 협정 발효 이후에도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투자자-국가소송제(ISD). 투자자가 상대방 국가의 정책으로 이익을 침해당했을 때 해당 국가를 세계은행 산하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 등에 제소할 수 있는 제도다. 다국적 투기자본이나 기업이 상대국가의 법과 제도를 무력화시키는 조항이다.
한ㆍEU FTA에도 이 조항은 없다. 하지만 정부는 우리가 체결한 85개국의 투자보장협정을 포함해 전 세계 2500여개 투자관련 국제협정에 규정된 국제표준이며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를 위한 보호장치 역할도 한다고 주장한다.
다음으로 ‘래칫(rachet)’ 조항(역진 방지장치). 한번 개방된 수준은 되물릴 수 없다는 것이다. 광우병 쇠고기가 수입돼도 막을 명분이 없다. 건강보험 영리화, 공기업의 민영화도 우리 정부 마음대로 수정할 수 없다는 게 한ㆍ미 FTA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 조장이 적용되는 분야는 서비스로, 경제정책 운용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정당한 정책적 필요에 의해 규제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네거티브 방식의 서비스 시장 개방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이번 협정에서 양국은 개방해야 할 분야를 조목조목 제시하는 것(Positive 방식)이 아니라 개방하지 않을 분야만을 적시했다. 이렇게 되면 도박장, 섹스산업 등 새로운 서비스 산업이 국내로 들어올 때도 군말없이 수용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공익성이 높은 분야와 정부 규제가 강화될 중요 서비스 분야를 개방 대상에서 포괄적으로 유보해 정부 규제 권한이 유지된다는 입장이다.
‘의약품 분야 허가ㆍ특허 연계제도’ 역시 독소조항이다. 복제 약을 만들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시판승인을 요청할 때 특허권자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제도다. 다국적 제약사가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면 허가절차를 중단해야 한다. 이로 인해 복제 의약품 생산 비율이 높은 국내 제약산업의 위축이 불가피하다. 또 국내 소비자의 약값 부담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추가협상을 통해 확보한 3년간의 시행 유예기간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스냅백(snapback)’. 자동차와 관련해 협정 위반 또는 관련 이익을 침해하고, 심각하게 판매 및 유통에 영향을 미친다고 판정하면 6개월 내 관세철폐를 즉시 복귀한다는 내용이다. 미국이 한국에 부여한 자동차 특혜관세 혜택을 일시에 철폐할 수 있게 하는 조항으로 무역보복이 일상화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정부는 “자동차 세이프가드는 우리나라도 취할 수 있는 상호 적용 규정이며 발동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신창훈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