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과 카드사의 수수료 담합 여부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대규모 조사가 시작됐다.
만약 담합 행위가 인정되면 최소 수천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부과될 전망이다. ‘바가지 수수료’로 서민들을 울린 금융회사들에 거센 역풍이 불어닥친 셈이다.
◇“수수료 입맞춘듯 똑같아˝=담합 의혹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개인 대상 영업을 영위하는 17개 국내 은행과7개 전업카드사, 13개 겸영카드사를 대상으로 수수료 담합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담합 조사 대상은 입출금, 계좌이체, 펀드 판매, 카드 가입, 대출 등 은행 업무와 관련된 100여 가지 수수료이며, 카드사는 가맹점 수수료를 중심으로 할부카드 수수료, 현금서비스 수수료 등에 대한 조사가 이뤄진다.
공정위는 이들 수수료가 은행이나 카드사별로 별 차이가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가격이 책정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거래은행의 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을 인출할 때 내는 수수료는 9개 은행이 모두 ‘영업시간내 면제-시간외 600원’으로 똑같다. 다른 은행 ATM에서 인출하는 수수료도 9개 은행이 동일하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도 주유소와 종합병원의 경우 모든 카드사가 1.5%를 부과하고 있으며, 유류판매 수수료율도 2.0%로 다 똑같다.
공정위는 ATM 설치 대수나 인건비, 영업구조 등 은행이나 카드사별로 수수료 원가가 다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획일적인 가격이 책정된 것은 담합 여지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은행 ATM 및 인터넷뱅킹 이용자나 신용카드 사용자가 최근 수년간 급증해 원가가 내려갈 여지가 충분한데도 이를 수수료 가격에 반영하지 않은 것도 담합에 의한 결과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
◇수천억원대 과징금 가능성=리니언시 여부 주목 은행이나 카드사의 수수료 담합이 인정되면 과징금 규모는 최소 수천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담합 과징금은 해당 기업들이 담합한 기간 내 총 매출액의 10% 이내에서 부과율이 결정된다.
그런데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은행의 수수료 수익은 33조8천억원, 카드사는 32조7천억원에 달한다. 최근 공시이율 담합이 적발된 생명보험사의 부과율 3.5%를 적용하면 과징금은 무려 각각 1조1천억원에 달한다.
지금껏 최대 과징금은 2009년 6개 액화석유가스(LPG) 공급업체에 부과된 6천689억원이었다.
주목받는 것은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한 사업자의 과징금을 면제해 주는 ‘리니언시’가 이번에도 나오느냐 여부다.
은행·카드사들은 ”수수료 책정을 둘러싼 담합은 결코 없었다“며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수수료까지 자진해서 인하했는데 담합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가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갈 때도 이런 태도를 유지할지는 의문이다.
최근 생보사 담합 사건에서 대형 생보사가 앞장서 자진신고한 데서 알 수 있듯 리니언시는 이미 대세로 자리잡았다. 2009년 LPG 담합, 지난해 가전 담합, 올해 치즈 담합 모두 리니언시로 적발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리니언시를 통해 담합을 적발한 비율은 2004년까지 10%에도 못미쳤지만 지난해는 68%로 뛰어올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자리에 모여 가격을 책정하지 않더라도 관련 정보를 주고받기만 하면 담합으로 인정받는다“며 ”담합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크다면 당연히리니언시를 하는 업체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