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회복 신청자 올 7만명 육박
경제 버팀목 30~40대 67% 차지
가계부채발(發) 위기의 그림자가 점점 짙어지고 있다. 올해 7~9월 서울 명동 신용회복위원회에 전화로, 인터넷으로 직접 찾아 상담한 사람은 하루평균 1770명. 그들은 어렵게 “제 빚 좀~”이라고 말을 꺼낸다.
신용회복위를 찾는 사람은 최근 부쩍 늘었다. 올해 3/4분기 자신의 채무 변제를 위해 위원회와 상담한 사람은 11만1500여명으로, 전분기보다 12.6% 증가했다.
밤새 일해 잠을 청할 시간인데도 위원회를 찾은 경비원 아저씨, 손님이 없는 오후에 짬을 낸 식당 주인까지 다양했다. 보증을 잘못 서 가정파탄위기까지 몰린 상담자도 눈에 띄었다. 위원회 관계자는 “자영업자나 일용직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 9월까지 6만8000여명이 신용 회복 지원을 신청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9만명 정도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어닥친 2008년 한 해 7만9000여명을 훌쩍 넘어선다는 얘기다.
나이는 한창 돈 들어갈 데가 많은 30~40대가 대부분. 3/4분기 중 위원회에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30~40대는 전체의 3분의 2를 훌쩍 넘긴 67.2%로 집계됐다.
이들의 소득을 보면 100만원 이하가 53.1%를 차지했다. 150만원 이하까지 합치면 84.9%. 고금리 대부업체 돈 몇백만원만 써도 갚을 길이 막막한 소득수준이다.
중도 탈락자도 즐비하다. 2002년 위원회 출범 후 이곳의 신용 회복 지원 프로그램을 이용한 93만여명 중 30%는 빚 갚기를 중도에 포기했다.
때문에 위원회는 신용관리교육 강화와 취업 알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또 소액 대출을 통해 중도 포기자의 감소를 유도하고 있다.
2003년 위원회가 취업안내센터를 개설한 이후 최근까지 2만여명이 위원회를 통해 취업에 성공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이자를 전액 감면하고 원금을 일정 부분 깎아주더라도 일정한 소득 없이는 워크아웃을 졸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문제는 내년. 일각에서는 ‘가계부채 위기의 원년’이란 우려가 나온다. 성장 둔화와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상승 압력, 주택 시장 불안은 가계부채 연착륙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조동석 기자/dsch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