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이상 자영업자 300만 돌파로 본 베이비붐 세대의 현주소
직장서 밀려난 베이비붐 세대음식 등 생계형 창업 몰려
환란때 자영업 줄도산 아픔
경쟁력 갖춘 창업 유도 절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고달픈 삶’이 수치로 나타났다. 나이 들어 직장에서 밀려난 것도 서러운데, 여전히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중압감에 그다지 경쟁력이 없어 보이는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 50대 이상 자영업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베이비붐 세대들이 퇴직 후 음식업이나 도소매업 등 비교적 손쉽게 차릴 수 있는 자영업 창업을 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3년 카드대란 이후 직장을 잃은 가장들이 너도나도 도소매업, 음식업 등에 뛰어들었다가 폐업해 사회문제가 됐던 때가 있었다. 최근 베이비붐 세대가 대거 은퇴하면서 과거와 같은 불행한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17일 통계청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50대 이상 자영업자는 지난 10월 310만3000명으로 10년 전인 2001년 10월(241만8000명)에 비해 68만5000명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자영업자가 627만1000명에서 573만1000명으로 54만명 감소했음에도 50세 이상은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전체 자영업자 수는 지난 2006년 5월을 기점으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50세 이상 자영업자는 절대 인구의 증가에 힘입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50세 이상이 선택하는 창업 분야를 보면 외환위기 이후 상황과 비슷하다. 50대는 지난 7월까지 숙박ㆍ음식업에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만~2만명 감소세를 보이다가 8월에 2000명, 9월 4000명, 10월 6000명 등 증가세로 돌아섰다. 60세 이상은 숙박ㆍ음식업에서 지난 5월부터 1만명 이상 증가하고 있다. 도소매업에서는 지난 7월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증가세로 반전해 8월 1만5000명, 9월 1만4000명, 10월 1만7000명 등 3개월 동안 1만명 이상 증가세를 이어갔다.
직장에서 밀려난 이들은 새로운 수요를 반영하거나 트렌드를 쫓아가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소형 음식점이나 영세 대리점, 택배, 대리운전기사 등 형식적으로는 자영업이지만 특수고용 형태의 업종에 종사하게 된다.
문제는 이들 업종은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여간 해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점이다. 외환위기 직후 생계형 자영업자가 급격히 늘었다가 줄폐업이 이어지면서 인테리어와 간판업자만 돈을 벌었다는 얘기가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고, ‘제살 깎아먹기’밖에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 황수경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약 27%로 미국(7%), 일본(9%)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도소매, 음식, 숙박업이 또 늘어나게 되면 자영업은 다시 붕괴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황 연구위원은 “앞으로 정년을 연장하거나, 직장을 나왔을 때 경쟁력 있는 창업으로 유도하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바로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자영업자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