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TPP 협상참여 공식선언 파장
中 공들인 ‘아세안+3’美, TPP 앞세워 틀깨기
日은 美편들며 판흔들기
亞시장 매년 10% 고성장
일본차 시장점유율 85%
한국차 시장확대 호기될수도
아ㆍ태 지역 시장을 둘러싼 경제 패권국들의 뜨거운 경쟁은 우리나라에 위기이자 기회를 동시에 가져다줄 전망이다. 자칫 패권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지만 위기의 한국 경제가 새로운 활력을 찾을 돌파구로 아시아 시장을 활용할 기회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공존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미국과 중국 간 TPP 신경전과 관련해 “TPP는 미국이 아시아 시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것이며 아ㆍ태 지역과의 교역 확대를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라고 규정하고 “다만 어느 정도의 깊이와 넓이로 진행될지 알 수 없는 만큼 논의의 진행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시아 주도의 세계 경제 성장 시대=지난 2009년 11월부터 미국의 주도로 추진된 TPP는 원래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브루나이 등 4개국이 지난 2006년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었다. 미국은 여기에 일본과 아세안 국가들을 끌어들여 중국이 주창해온 ‘아세안+3’ 틀을 깨겠다고 나선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손을 들어줬다.
미국이 이처럼 아시아 시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재정위기로 휘청거리는 유럽에서 더는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 지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수출 중심의 경상수지 흑자 전략을 추구해온 아시아 국가들이 세계 경제의 딜레마인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할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 듯 보인다.
미국은 앞으로 TPP를 통해 아ㆍ태 지역 국가들의 내수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에 비해 재정 상태가 괜찮은 아시아 신흥국에서 기초생필품과 전자기기, 자동차 등은 물론 서비스산업의 성장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또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는 전력, 통신, 수도 등 생활인프라 투자 확대도 예상하는 눈치다.
▶아시아 내수 시장 공략, 한국은 게걸음=일본이 미국 주도의 TPP 협상 참여를 선언한 것은 중국에 아시아 내수 시장을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이미 아시아 신흥국 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태국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업체들은 모두 태국 시장을 포함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 전체를 담당하는 생산거점이다. 일본 차업체들의 아시아 시장 점유율은 약 85%에 달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시아 신흥국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있다. 재정부는 한ㆍEU FTA 체결 이후 EU 자동차 시장이 마이너스(7월) 또는 한자릿수대(8, 9월)의 정체 국면임에도 현대ㆍ기아차의 판매는 두자릿수대의 증가세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물론 의미 있는 성장이지만 최근 홍수 피해로 무주공산이 된 태국 등 아시아 자동차 시장에서는 아무런 증가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애초 일본 업체들의 피해가 한국의 반격에 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현실로 이어지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세계 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아시아 시장을 사실상 포기한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국 상품이 도저히 가격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한 고위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FTA를 체결한 미국과 유럽은 이미 정체된 시장인 반면 아시아 시장은 매년 10% 이상의 고공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며 “적극적인 투자 없이 아시아 시장을 방치하는 것은 글로벌 경제 중심의 축을 읽지 못하는 처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창훈ㆍ윤정식 기자/chuns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