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에 대비한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조치에 힘입어 시중은행들의 외화유동성이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8억달러에 불과하던 커미티드라인은 불고 한달 새 36억달러로 급증했고,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은 지도기준 85%를 넘어 100%를 웃돈 지 오래다.
이에 따라 무디스 등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은 물론 모건스탠리, 노무라 등 글로벌 투자회사들은 잇따라 우리나라의 환 위기 가능성이 아시아에서 가장 낮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외화유동성 연말까지는 OK, 내년 상반기를 대비한다=국내 은행의 3개월 외화유동성 비율은 23일 현재 기준 101.3%로, 금융당국의 지도 기준 85%를 훨씬 웃돌고 있다. 3개월간 외화차입 없이 보유중인 외화자산만으로 빚을 갚을 수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대형 시중은행들은 극심한 외환위기 상황에도 정부 도움없이 최소 3개월을 버틸 수 있는 외화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당국의 외환 스트레스테스트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한발 앞서 외화자금 확보에 나선 것이 도움이 됐다. 특히 커미티드라인(마이너스 통장 대출 성격의 단기외화 차입처) 구축 노력이 돋보인다.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에 따르면 국내 18개 은행이 외국 금융회사와 맺은 커미티드라인은 지난 8월말 8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9월28일 현재 36억 달러(약정액 포함)로 28억 달러 증가했다. 불과 한달 새 4.5배로 불어난 것이다.
은행별로는 우리은행이 10억 달러로 가장 많고, 신한 9억 달러, 국민 3억5000만 달러, 하나 3억달러, 기업 2억5000만 달러 순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시중은행들은 해외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오버나이트 대출을 할 수 있을 만치 충분한 달러화 현금 자산을 보유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20억 달러 이상을, 기업· 국민· 하나은행은 15억~19억 달러를 확보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무역금융 결제와 외화대출에 지장이 없을 만치 충분한 외화를 확보하고 있으며 여유 자금을 유럽계 은행에 대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대비상황을 분석해 볼 때 연말까지 외화유동성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내년에 어떠한 위기상황이 발생할 지 모르므로, 선제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3년, 5년만기 장기 외화채권 확보를 위해 뛰는 것도 이같은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환위기 가능성 아시아에서 가장 낮다”=노무라금융투자는 지난 27일 현재 시점의 펀드맨탈 기준으로 볼때 한국이 아시아에서 외환위기 가능성이 가장 낮다고 평가했다. 유로존 위기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통화스왑, 금리인하,재정지출 확대, 중소기업 금융지원 등 정책적 대응을 통해 대외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에는 경제성장세가 둔화되겠지만 내년에는 견조한 수출증가세와 낮은 유가수준 등으로 한국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면서 5%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모건스탠리와 무디스도 국내 은행의 외화유동성 리스크수준에 대해 잇따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모건스탠리는 금융당국의 선제적 위기 대응과 정책시행 등으로 한국은행의 외화유동성 리스크가 2008년 보다 낮다고 평가했다.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대부분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은 건전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평가됐으며 당국의 크레딧라인 확보 등 외화자금확충을 선제적으로 요구함에 따라 국내 은행들의 외화유동성비율은 모두 최소 기준을 상회(85%)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디스는 금융당국의 외화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가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만기 도래 여신 및 무역금융 자산의 만기연장, 차입금의 3분의 2만 차환되는 심각한 시장상황을 가정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장기적으로 바젤Ⅲ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 규제를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재섭 기자/ @JSYUN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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