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가부도 위험이 최근 주요 은행의 신용등급 강등 사태를 맞은 프랑스보다도 더 높아지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프랑스는 지난 14일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이 나라 2ㆍ3위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과 크레디아그리콜은행의 신용등급을 하향조정하면서 이번 유럽 재정위기 사태에서 ‘위기 국가’로 분류된 나라다. 게다가 프랑스는 그리스 채권을 가장 많이 가진 나라다. 반면 한국은 9월 들어 환율과 주가의 급변동을 빼고는 실물경제에서 이렇다 할 이상 징후를 발견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경제 개방도가 높은 한국의 위험성이 부각됐기 때문으로 본다. 환투기 세력이 활개치기 좋은 시장이란 점이 위기의식을 부채질한 결과라는 얘기다. 이 때문에 IMF 이후 너무 지나치게 열어버린 외환시장에 대한 추가적인 단속책의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의 한계 드러나=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지난 23일 뉴욕시장에서 201bp(1bp=0.01%)로 프랑스의 197bp보다 4bp 높았다. 전날인 22일 한국이 205bp로 프랑스 202bp를 추월한 데 이어 격차가 더 벌어진 것이다. 사실 한국과 프랑스의 CDS 프리미엄은 9월 초만 해도 프랑스가 한국보다 20~30bp가량 높았지만 서서히 좁혀지다 결국 역전됐다.
우리선물 변지영 연구원은 “9월 들어서 그리스 국가부도가 EU 역내에서 마무리되지 않고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면서 “세계 금융시장 경색과 함께 세계 경기회복이 늦어지는 만큼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 집중 부각된 탓”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제금융센터 김윤경 부장은 “최근 전반적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위험 성향을 줄이겠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하지만 같은 아시아권 국가인 중국(CDS 프리미엄 173bp)과 말레이시아(180bp) 등도 최근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어 한국만의 상황으로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CDS 프리미엄 금융시장에 어떤 영향 미칠까=통상 CDS 프리미엄은 외평채 가산금리와 비슷하게 움직인다. 높아진 CDS 프리미엄은 우리나라의 국채발행시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외국인투자자의 국채 투자를 꺼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해외조달 금리 코스트를 올린다는 점이다. 통상 조달비용은 ‘외평채가산금리+금융기관 신용도’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의 CDS 프리미엄 급등 현상은 이제 시작일 뿐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과거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 우리나라의 CDS 프리미엄은 최고 691bp까지 상승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CDS 프리미엄이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예의주시하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부장은 “프랑스(AAA)와 우리나라(A)는 국가신용등급이 다르기 때문에 CDS 프리미엄을 똑같이 놓고 비교하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며 “외환시장에서 안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지웅 기자/goahe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