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연구기관을 중심으로 통화스와프 체결이 필요하다는 견해가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물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오르고, 통화스와프(CRS) 금리는 떨어지는 등 중장기 외화유동성 지표가 갑작스럽게 나빠지고 있어서다.
우리나라는 2008년 10월 미국과 3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한 바 있지만, 두 차례 만기 연장 끝에 지난해 2월 계약이 종료된 바 있다.
민간전문가의 요지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는 금액 규모와 상관없이 연방준비위원회의 보호 아래 들어간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빗줄기가 굵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의 달러 그늘 밑으로 빨리 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은 통화스와프를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선은 2008년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당시에는 외환보유액이 2000억달러 선이었지만, 단기채무만 1500억달러 이상이었다. 거기에 프레디맥과 패니매 등 문제가 됐던 미국의 양대 모기지 회사의 채권 보유액이 500억달러 정도 됐다. 당장에 돌릴 달러가 부족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지금은 외환 사정이 상대적으로 넉넉하다. 8월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122억달러로 중국ㆍ일본ㆍ러시아ㆍ대만ㆍ브라질ㆍ인도에 이은 세계 7위다. 단기에 필요한 달러 유동성은 충분히 조달이 가능하다.
또 우리나라가 순채권국으로 전환됐고, 금융위기의 환부 역할을 했던 은행권의 외환 수급 상황도 최근 며칠 사이 조달 여건이 다소 악화하기는 했지만 당시보다는 훨씬 안정적이다.
때문에 미국 정부도 당장 급한 통화스와프 대상에서 우리나라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그런 와중에 먼저 나서서 통화스와프를 운운하는 것은 오히려 우리 상황이 급하다는 식의 오해를 세계 금융시장에 불러일으킬 수 있다. 프랑스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전반적인 외인의 자금 이탈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오히려 다른 외국계 자금의 ‘탈한국’을 부추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도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 2008년에는 미국과 함께 세계경제의 양대축 역할을 한 유로존이 건재했지만 지금은 유럽이 ‘불난 집’이다. 역할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은 나홀로 건너집 불끄기도 힘든 상황이다.
홍승완 기자/sw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