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위기가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긴축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6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기고문에서 “유로존 재정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이 어떤 역할을 한다하더라도, 일부 국가들의 방만한 재정지출이 지속 불가능한 부채와 적자를 가져왔다는 사실은 논란의 여지가 없다”면서 “긴축만이 유로존의 유일한 치유책”이라고 역설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유럽 재정난의 해법을 둘러싸고 불협화음이 계속되면서 유로존의 재정통합이나 미국과 독일 등에 보다 유연한 통화, 재정정책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긴축말고는 백약이 무효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그는 재정난을 겪고 있는 국가들이 허리띠를 조이고, 세수를 확대하고, 경제구조를 개선시키는 등 관련 조치를 말하기는 쉽지만 이를 시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며 “정치적인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같은 조치가 이미 시행되고 있지만 더욱 고삐를 당겨야 한다면서 각국 정부가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기를 촉구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재정지출 감축과 공공부문 축소, 유연한 노동시장 등이 단기적으로 수요를 위축시킬수 있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는 기정 사실이 아니며, 행여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 된다하더라도 단기적인 고통은 장기적인 결실로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소비증가와 투자회복, 실업률 감소와 같은 중장기적 효과가 단기적인 소비침체를 상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유로존의 공조 노력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유로존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재정위기 국가에 조건부 지원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는 유로존 전역을 감염시키고 유로화를 위기에 빠뜨리는 위험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시장은 정부와 달리 항상 이성적으로 움직이지는 않기 때문에 불확실성의 시대에 시장 변동성은 위기를 더욱 증폭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보다 튼튼하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시장을 위해서는 각국 정부가 독자적인 조치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의 체질을 강화하기 위해 더욱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인식은 확산돼 있지만 관련조치를 만드는 과정이 복잡하고 G20(주요 20개국) 공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독일이 논란 속에 시행한 한시적 공매도 제한을 좋은 사례로 들었다. 또 앞으로 일부 선진국에서 유럽 금융거래세 등과 같은 완급조절 장치가 도입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금융위기의 핵심 교훈은 “시장은 위험부담이 부채와 분리될 때에만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이면서 섣부른 유로존 재정통합과 유로본드 발행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가장 편협한 증상만을 드러내는 이같은 조치로는 유로존 위기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취약 국가에 절실한 자생 개혁안을 가로막아 위기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면서 “이는 유럽통합의 본질과도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자신의 주장이 “유로존의 재정정책이 점진적으로 통합돼서는 안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유로존의 전면적 정치통합이 전제돼야 한다”고 기존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편 쇼이블레 재무장관은 “유로존이 체질을 강화하는 데는 중대한 조약을 변경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위기극복이라는 전체 방향에는 논란이 없고 모든 회원국이 유로화 방어를 원하고 있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