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에 먹구름이 드리운 가운데 리비아 사태 종전에 따른 석유수출 재개가 세계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카다피정권 붕괴는 기정사실화됐지만 그동안 수출이 중단됐던 리비아 원유 수출 재개에 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내전 과정에서 리비아 원유 생산지역이 큰 피해를 보이지 않은 만큼 연말께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제2차 이라크 전쟁 이후처럼 정국 불안으로 원유 수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편 22일 브렌트유는 리비아 내전 종식으로 인한 원유 수출 재개 가능성이 커지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이날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9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26센트(0.2%) 내린 배럴당 108.3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는 지난 4월 8일 리비아 사태로 인한 원유수급 불안감이 커지면서 126.65달러까지 치솟았다.
▶연내 재개 가능=석유시장 전문가들은 반군대표인 과도국가위원회(NTC)가 이끄는 리비아 정국이 큰 불안 없이 안정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는 가정을 전제로 연내 리비아 석유 수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영국 석유 컨설팅기업 ‘우드 맥켄지 컨설턴트’의 로스 카시디 컨설턴트는 22일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유전과 인프라시설이 피해를 당한 증거가 거의 없는 점을 고려하면 3개월 내 하루 약 60만배럴이 생산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영국 바클레이즈의 아므리타 센 애널리스트도 내전 초기부터 줄곧 반군이 장악해온 동부 유전들과 서남부 사막지대 유전들부터 생산 재개가 시작되면서 3개월 정도 지나면 하루 약 30만배럴이 생산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리비아 원유 생산을 담당해 온 아라비아걸프석유회사(Agoco)와 외국 기업들의 생산 재개 의지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내전 이전 리비아 국영 NOC(National Oil Com pany)의 자회사였지만 반군의 석유보호부대 도움으로 독자적인 석유 생산과 수출을 해온 Agoco사는 “2~3주 내에 보수공사를 마치고 동부 사막지역을 가로지르는 500㎞ 파이프라인을 통해 곧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리비아 동부지역의 하루 생산량은 최대 44만배럴에 달한다.
외국 기업 경영진도 올해 안에 생산 재개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의 렙솔 YPF(Repsol YPF)의 미구엘 마르티네즈 최고운영책임자는 “내전 종식후 4주 내에 생산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고, 이탈리아 에니(ENI) 사도 이른 시일 내에 복구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낙관론은 금물=반면, 일각에서는 정국 불안 변수를 이유로 리비아 원유 수출이 내전 이전 상태로 회복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미국 에너지 컨설팅기업 PFC에너지의 벤 카힐 컨설턴트는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2013년까지 리비아 원유 생산이 내전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는 데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우드 맥켄지컨설팅은 리비아의 완전한 원유 생산 복원에 36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FT는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이란의 상황이나 2002~2003년 발생한 베네수엘라 석유노조 파업, 제2차 이라크 전쟁 등 전례를 비춰볼 때 리비아의 원유 수출 재개는 시간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2003년 제2차 이라크 전쟁 당시 원유 생산시설이 입은 피해는 거의 없었지만 전쟁이 끝난 후 나타난 정치적 혼란, 광범위한 약탈, 인프라 시설에 대한 공격 등으로 원유 생산 재개는 2008년에야 이뤄졌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