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로 예정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긴급 회동에 유로존과 글로벌 금융시장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이번 독일-프랑스 정상회담이 유로존의 운명을 좌우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회담 내용에 따라 유로존의 채무위기가 확산되며 글로벌 시장의 패닉이 이어질지, 아니면 다소 진정될 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유로존 운명 쥔 독일과 프랑스= 이번 정상회담은 여느 때보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주간의 글로벌 증시 폭락, 프랑스의 최고신용등급 강등 루머에 따른 시장 혼란 등으로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정상회의는 지난달 21일 유로존 정상회의 합의사항을 존중한다는 의사를 밝혀 시장을 안심시키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프랑스 이코노미스트 자크 델플라는 이로 인해 유로존이 붕괴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로이터통신을 통해 “지난달 21일에 합의된 내용에 얽매이게 된다면, 올해 말 또는 그 이전에라도 유로존은 붕괴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1일 회동에서 유로존 정상들은 그리스에 2차 구제금융을 합의하고 재정위기 역내 확산을 막기 위한 유동성 조치를 내놓았다. 그러나 시장 안정은 실패로 돌아가, 결국 지난 7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매입을 전격 결정했다.
이를 반영하듯, 프랑스 대표적 싱크탱크인 몽테뉴의 이코노미스트인 프레데릭 본베이는 유로존 채무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이번 회담에서 더 강력한 수단들이 제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재정안정기금(EFSF)를 극적으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EFSF의 대출규모인 4400억유로 수준을 1조유로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로본드 도입 여부 관심= 줄리오 트레몬티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지난주 새 긴축안을 발표하면서 “유로본드가 있었더라면 사태가 지금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 역시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를 통해 유로본드 도입을 촉구했다.
하지만 프랑스와 독일은 양국 정상회담에서 유로본드 발행 문제는 의제가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15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유로본드 발행 문제는 회담에서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대통령실도 독일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16일 정상회담에서 유로본드 문제는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그러나 이같은 양국의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유로본드 도입의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분위기다.
FT독일판과 로이터 등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독일 기민당 실무팀이 유로본드 문제를 구체적으로 검토해 초안을 만들었다면서 여기에는 유로채권으로 과다 차입하는 유럽국을 자동으로 제재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16일 ‘유로본드 논의가 독일에서 본격화되기 시작했다’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투자자들이 그간의 유로위기 타개 노력을 불신해 급기야 역내 선진국인 이탈리아와 프랑스 채권까지 버리기 시작한 마당에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극단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재계에서 영향력이 큰 수출협회의 안톤 뵈르너 회장은 15일 로이터 회견에서 유로 위기를 진정시키기 위한 그간의 모든 노력이 효과를 내지 못했다면서 따라서 이제는 단일 유로채권 발행을 검토할 때라고 강조했다. 통신은 뵈르너의 지적에 독일 중소기업협회도 동조했다고 전했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