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3일(현지시간)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당장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그 효과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버냉키 의장은 이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현재의 경제 약화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디플레이션 위험이 다시 높아진다면 연준은 추가적인 정책 지원을 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서 “연준은 몇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연준이 국채를 직접 매입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양적완화(QE3) 조치와 은행의 지급준비금에 대한 금리인하 등의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이 이같은 QE3 가능성 시사에 시장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버냉키 효과로 뉴욕증시는 3일만에 상승으로 마감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0.36% 상승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0.31%와 0.54% 올랐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는 급락했다. 유로는 전일 1.4035달러에서 1.4151달러까지 올랐고, 파운드는 1.5939달러에서 1.6110달러까지 상승했다. 엔화에 대해서도 달러는 79.43엔에서 78.99엔까지 떨어졌다.
커머더티 시장에도 여파가 이어져 금값과 은값이 급등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물 금선물값은 전일보다 온스당 23.20달러(1.5%) 오른 1585.50달러까지 올랐으며, 9월물 은선물값은 전일대비 온스당 2.52달러(7.1%) 급등한 38.15달러를 기록했다.
PFGBest리서치의 필 플린 애널리스트는 “QE3가 이뤄지게 된다면 커머더티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커머더티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버냉키의 발언이 시장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냉담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이들은 효과없는 추가적인 양적완화 조치가 더이상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로 패시픽 캐피탈의 마이클 펜토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버냉키는 모든 해답이 돈을 찍어대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다”라고 비난했다. QE2 기간동안 달러 가치가 10% 하락하면서 수입 가격이 13% 오르고 인플레이션은 3.6%나 상승하는 등 (미국의) 경제 상황이 나아진 것이 없다는 주장이다.
호이징턴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도 보고서를 통해 QE3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돈을 찍어내서 유동성을 키워 문제가 해결될 것이었다면, 지금쯤 미국은 엄청난 호황을 누리고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희진 기자/jj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