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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지진 후 에너지ㆍ안전식품ㆍ피해복구산업 유망 산업 부상
#1. 선박 및 항공기엔진 제작설비 생산업체인 H사는 볼스크류 등 핵심부품 조달에 차질이 발생하자 유럽지역에서 대체품을 조달했으나 일본산과 차이가 있어 정상품질의 제품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 조미료식품업체 S사는 소스 및 시럽용 원료의 수입이 힘들어져 국산원료 대체를 추진 중이지만 제 맛이 나지 않아 일부 제품 외에는 생산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3. 발전기 설비업체 A사는 독자개발한 이동식 발전설비 4대를 일본측에 긴급 지원한 이후 하절기 전력수요 피크(peak)기에 대응해 자가발전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일본기업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다수 기업과 발전시스템 구축을 위한 상담을 진행 중이다.

#4. 굴삭기용 부품 제조업체 B사는 최근 일본으로부터 주문이 급증해 생산라인을 철야가동하고 있다. 일본의 지진피해 복구가 본격 진행되면서 B사는 금년 매출이 작년 대비 45%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두 달 전 발생한 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국내 업체들이 사업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거나 오히려 반사이익을 누리는 등 희비가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대한상의 조사 결과 일본 대지진으로 국내기업 4분의 1이 피해를 입은 가운데 7.4%는 반사이익을 누린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진 발생 3달이 다 돼 가지만 아직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는 기업이 15.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가 최근 국내 제조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일본 지진사태 이후 국내 산업계 변화와 대응실태’ 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 24.8%는 일본지진으로 인해 피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답변도 7.4%로 집계됐다.

또 ‘일본지진의 영향을 현재도 받고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10.6%의 기업이 ‘수출입 및 부품조달 차질 등 피해를 겪고 있다’고 답했고, 5.0%는 ‘일본과 제3국 수출 등에 혜택이 계속되고 있다’고 답했다.

업종별 명암도 엇갈려 대일 부품의존도가 높은 기계와 전기전자 업종은 피해를 입은 반면 석유화학과 철강 등의 업종은 일본의 극심한 에너지난과 지진피해 복구과정에서 반사이익을 본 기업이 더 많았다.

대한상의는 이같은 기업 설문결과와 지진혜택 사례를 바탕으로 특히 에너지(발전기 등), 안전식품(생수 등), 피해복구산업(철강 등)이 일본지진 이후의 새로운 유망분야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와 함께 일본지진의 영향으로 부품소재의 대일의존도가 완화될 전망이다. 실제로 응답기업 4곳 중 1곳(26.4%)은 ‘일본지진 이후 대응조치를 취했거나 추진 중에 있다’고 답했는데 대응활동으로 ‘일본이외 부품소재 조달선 확보’(26.5%)를 꼽은 경우가 가장 많았다. ‘수출시장 다변화’(25.8%), ‘적정재고수준 확대’(24.2%), ‘안전관리대책 강화’(22.7%)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또 최근 지진공포와 전력난을 피해 해외로 진출하려는 일본기업들의 움직임이 포착된 가운데, 응답기업의 10.2%는 ‘해외진출에 관심 있는 일본기업을 알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일본대지진의 재발가능성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대일거래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일본기업의 한국진출은 국제사회의 이같은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어 다방면으로 윈윈효과가 많다”고 주장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일본기업들의 해외진출 움직임이 활발한 요즘 안정적인 전력공급망, 우수한 제조기술력, 외국인투자에 대한 지원제도 등 한국의 강점을 적극 알릴 필요가 있다”면서 “단순 유치 방식보다는 국내기업과의 합작법인 설립 등 양국기업간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ndisbegin>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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