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대책 발표가 기본료 인하를 둘러싸고 막바지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의 통신비 인하 대책은 23일 오후 물가대책회의 보고 이후 열리는 방통위와 한나라당과의 ’당정협의’가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방통위가 마련한 통신비 인하 최종안은 기본료 인하와 가입비 폐지 등 직접적인 요금 인하안은 빠져 있어 기본료 인하와 가입비 폐지 없이는 소비자들이 요금 인하를 체감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정부 여당의 입장과 갈등을 빚고 있다.
따라서 이날 당정협의에서도 기본료 인하안을 놓고 정부 여당과 방통위 간의 격론이 예상된다. 합의점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최종 발표는 이날을 넘길 수도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현재 발표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늘 발표된다고 해도 오후 늦게나 발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쟁점이 되고 있는 통신 3사의 기본료는 1만2000원 수준으로 지난 2008년 이후 3년 째 제자리 수준이다. 기본료가 인하되면 이동전화 가입자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일반폰을 쓰는 소비자들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본료가 1000원 인하되면 연간 1만2000원의 통신비가 줄어든다. 반면 통신업계는 기본료가 1000원 인하되면 연간 6000억원의 매출 손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정부 여당은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요금 인하 대책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방통위는 네트워크 투자와 수익성 등 산업적인 측면을 고려한 요금 인하 방안으로 맞서고 있다.
방통위는 통신요금 인하 태스크포스(TF) 논의 테이블에서 기본료 인하 자체를 처음부터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가입비 인하 ▷문자 메시지 무료 제공 ▷음성·데이터 사용량을 선택할 수 있는 모듈형 요금제 도입 ▷청소년 및 노인층을 위한 저가형 스마트폰 정액 요금제 도입 등을 인하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청소년에 대해 매달 문자 메시지 200건을 무료로 제공하고 청소년과 노인층에 대해 가입비를 인하하는 내용의 요금 인하 방안을 뒤이어 발표할 예정이다.
가입비 인하와 관련, SK텔레콤은 청소년과 노인층에 대해 재가입비(다른 통신사를 선택했다가 자사로 되돌아오는 소비자에게 받는 가입비)를 받지 않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도 이들 계층에 대해 가입비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당 20원인 문자 메시지 인하로 청소년과 노인층은 한 달에 4000원, 일반인은 한 달에 1000원의 요금 인하 혜택이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 여당은 이것만으로는 소비자들이 직접적인 요금 인하를 체감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며 방통위를 압박하고 있다. 기본료 인하도 가입자가 늘어나고 망 구축에 따른 투자비가 회수되면서 내릴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다.
만약 당정 협의 과정에서 기본료 인하안이 포함되면 통신사들의 요금 인하 방안 역시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한편 방통위는 이번 인하안과는 별도로 소비자들이 직접 제조사로부터 단말기를 구매해 개통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 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제도가 시행되면 단말기 가격경쟁이 활성화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요금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상현 기자/puquapa@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