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 생각을 고쳐먹었다. 자동차 2000만대 시대를 코앞에 둔 시기에 모든 이들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가슴을 뒤흔드는 엔진 소리만으로 차량을 구별하는 마니아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사실 대부분의 독자는 가족과의 대화가 원활할 만큼 차량이 조용한지, 가계부에 근심 하나 덜 만큼 기름 값을 아낄 수 있을지가 더 중요하다. 정확히 ‘대한민국 평균’인 기자의 눈높이와도 같다. 그런 의미에서 K5 하이브리드가 첫 시승차가 된 건 오히려 행운일지 모르겠다.
시승 코스는 일산 킨텍스에서부터 자유로를 거쳐 임진각 평화누리를 돌아오는 76㎞ 구간이었다. 시동을 거는 순간 가장 먼저 마음을 끈 건 ‘엔진음’이다. ‘엔진음’이라고 표현하지만, 사실 엔진은 멈춰 있는 상태였다. K5 하이브리드는 시동을 거는 순간부터 시속 40㎞ 이내 저속주행까진 30kW 전기모터로만 구동된다. 그 이상 속도를 높일 때만 가솔린 엔진이 가동되는 구조다. 천천히 액셀 페달을 밟았지만 차량 내부는 여전히 조용했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차량 외부에 가상 엔진음을 적용했으나 이 역시 차량 내부에선 촉각을 곤두세워야 들을 수 있는 정도였다.
테스트 드라이브는 고속과 급정거, 급코너링을 넘나드는 곡예운전이 필요하겠지만, ‘초보 시승차 기자’에겐 사실 언감생심이다. 이는 동승한 이들에게 부탁하고, 기자는 ‘친환경 주행’에 집중했다. 기자는 평소에도 동승자의 보챔을 한 귀로 흘리며 정속주행과 차선 양보를 지키는, 지인들에겐 욕을 먹고 경찰청에선 훈장을 받을만한 운전 스타일의 보유자이기도 하다. 자유로에 접어들면서 주행 속도를 시속 60~70㎞대로 유지했고 가능한한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려 노력했다. 계기판에는 순간연비와 평균연비가 표시됐다. 페달의 강약에 따라 수시로 순간연비가 변동되고 그에 따라 평균연비 수치도 조절됐다. 약간의 급가속, 급정거에도 순간연비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니 운전 습관을 교정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듯싶었다.
운전은 최대한 절제하되, 에어컨과 음악 등 평균적인 조건을 모두 사용한 채 목적지에 도착했다. 계기판에는 평균 연비 22.9㎞/ℓ가 표시됐다. K5 하이브리드의 공인 연비는 21㎞/ℓ다. 차량 정체나 신호등도 없이 최상의 조건으로 기록한 수치임을 감안하더라도 기존 중형차와 비교하면 놀라운 기록이다.
돌아오는 길은 성능 시험에 주력했다. 연비를 고려하지 않고 가속과 급정거, 급출발 등을 확인했다. 시속 180㎞까지도 무리 없이 속도를 냈다. 다만 순간 가속력을 높일 때 가솔린 차량보다 한 박자 늦는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기아차 측은 “연비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하이브리드의 특성상 가솔린차량보다 순간 가속력에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차량의 주된 목적이 다른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인정받은 K5의 디자인, 뛰어난 연비 등을 높이 산다면 K5 하이브리드는 분명 탐나는 차량이다. 물론 차 값에서 선택의 문제는 남아 있다. 가솔린차보다 약 300만원(취득세 및 공채 할인 포함)이 비싸다. 하지만 1년에 2만㎞를 주행하고 휘발유가 ℓ 당 1950원이란 기준으로 볼 때 3년 이상 탄다면 하이브리드가 더 이득이다. 3년 내 중고차로 팔 생각이라면 가솔린 세단이 경제적일 수 있지만, 그 이상 탄다면 하이브리드가 더 싼 셈이다.
개인을 떠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여 조금이라마 환경 보호에 일조하고 싶다면 하이브리드를 선택하는 게 하나의 ‘사회기부’가 될 수도 있겠다.
<김상수 기자 @sang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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