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애플의 제소에 맞소송을 불사키로 한 것은 정면 대응이 유일한 해법이라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소니를 제치고 최대 고객으로 예상되는 애플이기는 하지만 특허전쟁에서 밀리면 글로벌시장 주도권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특히 애플이 제소라는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삼성전자라는 글로벌 경쟁자를 견제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라는 점에서 기선 제압이 중요하다는 내부 공감대가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9일 “애플이 특허 분쟁으로 (삼성전자를)끌어들인 것에 대해 정공법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게 됐다”며 “현재 애플이 제소한 소장 내용과 그 의중에 대해 정확한 파악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만간 적절한 대응이 이뤄질 것으로 안다”며 “제소를 한 이상 (우리도)맞소송을 준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삼성전자의 법적 대응은 신중하면서도 객관적인 조사에 바탕둘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이 현재 최대 고객사인만큼 객관적 법적 대응 외에 감정까지 건드리는 것은 최대한 피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PC나 모바일 부문에서는 애플과 경쟁 관계에 있지만, 반도체와 LCD 등은 애플에 납품하고 있어 그동안 애플과 관련된 어떤 이슈에도 크게 대응하지 않고 자제해 왔다.

삼성 임원이 “싸움을 걸어오면 피하면 안되지만 그렇다고 그 의도에 말리면서 이전투구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말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삼성전자로부터 LCD와 반도체 등 총 78억달러(약 8조7500억원)의 부품을 구입할 것으로 알려져 소니를 제치고 삼성의 최대 구매고객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전자업계는 글로벌톱 기업인 애플이 점차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들의 추격에 조바심을 느끼면서 특허 전쟁이라는 파상 공세에 치중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애플은 이번 삼성 제소 외에도 HTC, 노키아 등과도 특허권 침해 소송을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여기 저기 특허 분쟁을 마다않고 있는 것은 한마디로 위기감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며 “애플의 창의적, 혁신적 제품의 지속적 경쟁력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특허분쟁에 매달리고 있다는 분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오히려 애플이 국내기업의 통신표준 등에 대한 특허침해 사례까지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애플과 삼성전자의 예고된 소송전은 그 콧대를 꺾느냐, 아니면 다른 업체들까지 영향을 받느냐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에 애플이 소송을 제기한 부당이득, 상표권 침해와 10건에 이르는 특허권 침해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 분석과 반론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상 기자 @yscafezz>

ys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