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평면도와 입면도를 대강 그린 다음에 스케일자(축적자)를 사용해 모눈종이에 집의 가로 세로 길이, 방의 크기 등을 축적비율로 세밀하게 그려본다. 정확하게 길이를 재고 그려 넣으면 부족한 공간이나 넓이 등 보완할 점이 눈에 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의 화장실 문 크기며 창호 크기, 싱크대 넓이, 바닥부터 천장까지의 높이, 심지어는 냉장고 넓이까지 다 재본다. 그런 뒤에 직접 스케치하고 있는 도면에 대입하면 좀 더 현실감 있는 도면이 만들어진다.
만약 실속형 주택을 짓고자 한다면 건축비를 절감하는 설계에 주안점을 둔다. 이를 위해선 건축주가 건축자재 규격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갖춰야 한다. 특히 경량목구조와 스틸하우스가 그렇다. 건축자재의 규격을 안다는 것만으로 건축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다. 목재의 경우 12자 3.6m의 기본 규격이 있다. PVC배관 등 하수도 배관은 4m 길이가 기본이다.
잘못된 건축계획을 세우면 건축자재의 규격을 잘 아는 사람이 설계한 도면과는 달리 늘어난 자재비와 인건비로 인해 총 건축비에서 큰 차이가 난다. 따라서 자투리 자재 발생을 최소로 하는 설계도면을 그려야 한다.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자재조사를 하면서 제품 규격을 눈여겨보면 도움이 된다. 시공업체 역시 견적을 뽑을 때는 단지 설계도면의 실측 길이로 할 것이 아니라, 자재 규격에 따른 자투리 자재 손실을 감안해서 자재 산출량을 뽑아야 제대로 된 견적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건축인허가를 받기 위한 인허가용 설계도면으로 시공 견적을 받게 되면 건축주는 불리한 계약을 맺을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 도면을 기준으로 건축 계약을 하게 되면, 전문가인 건축업체는 시공과정에서 얼마든지 장난(?)을 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건축주는 건축설계도면을 해석할 능력이 부족해 대략적인 인허가용 설계도면에 숨어있는 세부 자재 내역 및 인건비 내역까지 산출해 낼 재간이 없다. 따라서 이 인허가용 도면으로 견적을 받을 경우 시공업체의 의도에 따라 건축비가 최대 10% 이상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시공견적은 인허가용 도면이 아닌 시공도면을 기준으로 받아야 한다. 시공도면은 인허가도면을 바탕으로 실제 공사를 진행할 때 필요한 도면이다. 시공도면을 그리고자 하는 건축주는 일단 설계사무소에서 받은 인허가도면을 여러 장 복사해서 좀 더 세밀하게, 또한 수정해야할 사항을 도면에 표시한다.
한 가지 예로 전기 콘센트를 살펴보자. 설계도면상의 콘센트는 집 준공 후 실제 사용에 필요한 숫자가 부족하거나 실용성이 떨어진 곳에 설치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주는 인허가도면을 설계사무소로부터 받으면 실사용자의 입장에서 꼼꼼하게 집의 구조며 전열기구나 창호 그리고 장롱 등 가구들을 배치했을 때 문제가 없는지 스케일자를 가지고 길이와 넓이를 재면서 체크하는 게 좋다. 인허가도면이 상당부분 바뀌어도 상관없다. 면적증가 없이 구조역학적으로 문제가 없다면 아예 새로 그려도 된다. 이렇게 그려진 시공도면으로 건축업체의 견적을 받게 되면, 업체의 장난(?)도 방지할 수 있고 나중에 추가 공사 여부가 조금이라도 줄게 된다.
시공도면은 실제 시공 방법과 자재 필요량을 뽑을 수 있기에 자세히 그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업체마다 다른 견적이 들어온다. 각자 시공경험에 맞춰 인허가도면을 나름대로 해석해 견적을 넣기 때문에 어떤 경우엔 견적가가 낮은 업체가 실제 공사에 들어가서는 다른 업체보다 더 많은 추가 공사비 요구를 할 수도 있다. 따라서 건축업체 견적은 모두 최종 시공도면을 기준으로 동일하게 넣도록 한다. 그래야 비교 검토가 가능하다.
시공도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도면에서 기재하기 힘든 사항과 기술적인 내용을 담은 시방서이다. 시방서를 검토하면 그 업체의 기술력을 검증할 수 있으며, 사전에 하자를 예방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방서를 함께 첨부해 건축계약을 하는 건축주가 많지 않다. 건축 도중 또는 건축 완료 후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꼭 시공도면과 시방서를 챙겨 계약해야 한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