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 불구 기소유예 일단락
미소 잃은채 조만간 미국행
그림로비 한상률 연관 주목
석연찮은 수사 의문만 증폭
10여년 전 동영상에 비친 밝은 미소는 간데없이 사라지고, LA교민사회에서 내로라하는 국제변호사의 귀향은 시커먼 검찰청사 대기석처럼 차가웠다. ‘BBK 의혹’의 핵심인물로 지난달 25일 돌연 귀국해 다시 한 번 정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에리카 김(47·사진)은 결국 형사처벌을 면하고 미국행에 오를 수 있게 됐다. 횡령 혐의 일부가 인정됐지만 검찰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한 끝에 기소유예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로써 2002년 옵셔널벤처스 자금 횡령 건으로 시작된 에리카 김-김경준 남매에 대한 검찰 수사가 막을 내렸다. 그러나 2007년 대선당시 불거진 김경준 씨의 ‘기획입국설’ 등 이들과 관련한 갖가지 논란은 쉽사리 잦아들지 않는다.
흑색에 가까운 짙은 갈색톤으로 보는 이에게 위압감을 주는 서울중앙지검은 그 자태에 풍기는 느낌과는 달리 에리카김에게 ‘온정’의 손길을 내밀어 주었다. 동생과 짜고 옵셔널벤처스(옛 BBK투자자문) 자금 319억원 횡령 혐의에 대해 범죄사실이 인정되지만 가담 정도가 가볍고 동생 경준 씨가 중형을 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에리카 김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횡령 혐의와 관련 횡령액에 상응하는 피해보상금이 경준 씨 재산 압류로 이미 확보돼 있는 점과 미국에서 다른 범죄(탈세 등)로 처벌을 받고 자진입국한 점 등을 참작했다.
지난 대선 당시 ‘BBK의 실소유주는 이명박 후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와 주가조작 가담 혐의는 모두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검찰의 ‘친절한’ 장광설도 이어졌다.
에리카 김이 9일 저녁 서초 검찰청에서 조사를 받고 귀가하고 있다./박해묵 기자 mook@ 2011.03.09 |
하지만 뒷맛은 개운찮다. 이번에 혐의가 인정된 횡령죄의 공소시효도 2013년 4월이면 완성되는데 굳이 입국할 필요가 있었냐는 의문 등으로 야권에선 여전히 ‘꼬리자르기식 수사’라는 평가를 내놓는 상황이다.
그녀의 밝은 웃음을 다시는 기대하기 어려울 만큼 이번 사건의 ‘찜찜한’ 구석은 에리카김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기억 속에도 남아있을지 모른다.
백웅기 기자/kgun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