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지진 현장 조사·구호활동 나선 韓·日 2인 인터뷰
대한적십자사 조은희 구호담당관구조단마저 고립위험 한계 상황
“여러 국가의 재해지역을 다녀봤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입니다. 지진해일에 이은 원전 방사능 유출, 지원 역량을 벗어난 상황입니다.”
전화기 넘어 들려오는 목소리가 바빴다. 일본을 지원하기 위해 6개국으로 꾸려진 국제적십자사 현지공동조사단에 참여 중인 조은희(39) 대한적십자사 국제협력팀 재난구호담당관은 일본 현지 상황을 긴박하게 전했다. 지난 14일 오후 일본 도쿄에 위치한 일본적십자사 본사에 도착한 그는 국제적십자사 공동조사단과 함께 16일부터 일본 도호쿠 지역 피해 조사에 나선다. 구조단마저 고립될 우려가 있어 침낭과 고칼로리 음식을 준비했다.
조 담당관은 “방사능 유출이 확대되고 있어 피해 지역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지금으로서는 공동조사단과 함께 가마이치를 시작으로 오쓰치, 게센누마를 3일 동안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원전 방사능 유출과 함께 피해 지역 인근 화재에 대한 걱정도 커지고 있다. 항구 쪽에 오일탱크가 많아 화재가 문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담당관은 피해지역 이재민이 물이나 식량 부족을 겪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 가지 잘못 알려지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에 물자가 부족해서 피해지역 주민이 어려움을 겪는 것이 아니다”며 “사고 지역에 물자를 공급하는 데 어려운 상황이지, 물자가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까닭에 다른 지원 국가도 물자를 직접 지원하기보다 자금을 지원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어렵게 진행되고 있지만, 도쿄 시민은 아주 침착하게 대응하고 있는 상황도 전했다. 조 담당관은 “도쿄시내 편의점에 물건이 비어 있는 선반이 다수 보이고 있다”며 “이는 정부나 시민이 물자를 상당수 피해지역에 공급되게끔 조치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며, 사재기 등이 일어나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조 담당관은 2004년 인도네시아 쓰나미 피해 지역, 지난해 아이티 대지진 피해 지역 등에서도 구호활동을 벌인 바 있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