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1원전 지역주민들
창문 닫은채 실내서 분노만
“정부 늑장대응 이젠 지친다”
여진공포, 남부로까지 확산
1만여 세대 한때 정전·단수
각 지자체 생필품 긴급조달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열도에 핵재앙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전국적인 사망ㆍ실종자는 1만명을 넘어섰지만 본격적인 구조작업이 시작되면서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피난민은 50만명을 웃돌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2호기와 4호기가 연달아 폭발하면서 일본 원전사태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2호기의 원자로 격납용기가 손상돼 대피 지역은 주변 30㎞까지 확대됐다. 핵 피난길에 오른 주민들은 “대피하고 싶어도 기름이 없다”며 정부의 늑장대응을 원망했다. 또 다른 지역에서는 밤새 여진공포에 시달렸다. 부상자도 속출했다. 각 지자체는 이재민에 주택을 대여하고 지진피해를 입지 않은 관동지역은 재해 지역에 생필품 등 물자를 긴급 조달하기로 했다.
▶“어디까지 도망치라고…” 원전 주민 분노=그동안 침착하게 대처해왔던 주민들도 원자력 공포 앞에서는 냉정을 잃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지역 주민들이 2호기 원자로 격납용기 손상으로 대피하면서 불안감과 분노의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6일 보도했다.
후쿠시마 시에 인접한 가와마타마치에는 원전 폭발로 인해 피난해온 사람이 5000여명이 이른다. 방사능 확산 우려가 높아지면서 11개 대피소를 추가로 개설했다.
사토 히카루 타다시 대책본부장은 “2호기 격납용기 손상으로 방사성 물질 누출이 확산되고 있다”며 “휘발유가 없어 더 멀리 대피시키려고 해도 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 했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에서 30㎞ 떨어져 있는 다무라 시의 도키와 체육관에는 600명이 창문도 열지 못한 채 실내에 머물러 있다. 피난민들은 “두렵다”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어디까지 피난해야 하냐”며 불안과 분노를 표출했다.
한 50대 남성은 “정부 대응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이다. 불안을 넘어 이제 다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난처의 주민은 “여기까지 타고 온 차는 많지만 연료가 없다”며 “완전히 지쳐서 더이상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대피소 직원 와타나베 기미요 씨는 “나와 가족도 대피해야 하는데 몸이 부자유스러운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할지 걱정이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한편 긴급사태가 계속 되는 가운데 후쿠시마 제1 원자력발전소의 20㎞ 반경 내에 머물고 있던 후생병원 입원 환자 최후의 55명이 무사히 구출됐다.
▶밤새 여진공포…30여명 부상도=여진는 남부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15일 밤 10시28분께 수도 도쿄의 남쪽인 시즈오카 동부 지역에서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해 27명이 부상했다고 NHK가 보도했다.
이 지진으로 야마나시와 시즈오카 서쪽에선 진도 5.0, 도쿄와 지바등지에선 진도 4.0의 흔들림이 관측됐고, 이후에도 2~3분 간격으로 두 차례의 여진이 이어졌다.
이번 여진으로 쓰나미 경보는 발령되지 않았고 이 지역의 하마오카 원전이나 시즈오카 공항에서도 별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구간에서 신칸센 운행이 일시 중단됐고 2만1000가구가 한때 정전ㆍ단수됐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